독자 당혹케한 차학경의 유작 `딕테` 세미나 열린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페미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디아스포라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모던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작품 ‘딕테’(Dictee)를 중심으로 담론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차학경의 ‘딕테’(2024년 재출간본·문학사상)를 주제로,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27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1가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실에서 제11회 무산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딕테’는 198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유작이다. 한동안 절판됐다가 UC버클리의 김경년 교수의 번역으로 2024년 11월 재출간했다. 재출간을 앞두고 한 인터넷 서점에서 진행한 펀딩은 단기간에 목표 인원 200명을 훌쩍 넘겨 화제가 됐다.

책은 시, 소설, 역사, 자서전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까다로운 ‘텍스트’이자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한문 등 다국적 언어로 저자 자신과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기술한 난해한 ‘받아쓰기’이기도 하다.

무산포럼 측은 “이 책이 가진 깊이와 난해함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을 당혹케 했다”며 “아울러 저자 차학경의 비극적인 생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안타까움과 분노로 시작되어 딕테와 그의 예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딕테’가 지닌 문학·문화적 의미를 탐색하는 자리다. 차학경과 딕테를 중심으로 문학과 젠더, 정체성, 해석의 층위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전문가의 주제 발표와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행한다.

안서현 교수(홍익대)가 사회를 맡는다. 정은경 교수(중앙대)는 ‘차학경, 세 번의 장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장혜령 시인은 ‘응답으로서의 쓰기: 진주는 어떻게 딕테에 응답하는가’, 전승민 평론가는 ‘논바이너리의 여성적 기원’의 발표를 준비했다. 발표 이후에는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질 예정이다.

무산포럼은 최근 1년 이내 출간 저서를 중심으로 저자와 연구자를 초청해 발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연속 세미나다. 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많은 작가와 연구자들을 후원했던 무산 스님의 뜻을 이어 다양한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담론을 형성하고자 2023년 3월 처음 출발했다. 올해로 제11회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