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도 있는데…김정은, 20시간 열차로 푸틴 만나러간 이유

방성훈 기자I 2023.09.12 15:44:47

전용기보다 시간 더 걸려도 더 안전한 ‘방탄 열차''
테러 위험·동선 노출 등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
호화스런 내부 모습도 관심…"푸틴 열차보다 좋아”
“뭘 주문해도 다 있어…살아있는 랍스터까지 준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가운데, 그가 이동 수단으로 택한 전용 열차 ‘태양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동 시간이 짧은 항공편을 놔두고 굳이 열차 이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2019년 3월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열차인 ‘태양호’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전용기보다 시간 더 걸려도 더 안전한 ‘방탄 열차’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0일 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 정상회담 개최 지역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방문 중인 동방경제포럼(EEF) 개최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최종 목적지로 가정하면 철로 이동 거리는 1180km, 이동 시간은 약 20시간에 달한다. 평양에서 853km 떨어진 북·러 접경 도시인 하산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약 14시간이 걸린다.

이는 태양호가 방탄 열차여서 무거운 탓에 속도가 시속 50㎞에 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산에 도착하면 열차 바퀴를 러시아 철로에 맞게 교체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평소 북한 내에선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시찰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나, 해외 이동시엔 거의 대부분 열차로 이동했다. 항공기보다 상대적으로 운항 동선이 쉽게 노출되지 않고, 테러 등의 위험에서도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태양호의 속도는 KTX(시속 300㎞)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방탄 설비와 박격포 무장은 물론, 위성항법 시스템, 위성 전화 등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참매 1호가 노후화한 것도 열차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용기는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 제작된 ‘일류신(IL)-62M’을 북한이 1980년대에 들여와 개조한 것이다. 비행거리 1만㎞, 최대 속도 900㎞로 200여명이 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항공편을 이용한 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을 때가 유일하다. 당시 그는 참매 1호를 타고 중국 다롄을 방문한 뒤,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빌려 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때에는 60시간을 열차로 움직였다.

(사진=CNN방송 캡쳐)


◇탑승 경험자 “뭘 주문해도 다 있어…푸틴 열차보다 좋아”

태양호가 얼마나 호화스러운지도 관심사다. 일부 외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태양호의 객차는 약 90개로, 회의실, 접견실, 침실뿐 아니라 평면 TV가 설치된 브리핑룸도 있다. 붉은색 가죽 안락의자로 가득 찬 객차 사진은 외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

식당칸이 특히 유명하다. 2001년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를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당시 러시아군 사령관은 회고록에서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프랑스 요리 등 그 어떤 요리도 주문이 가능했다”며 “별미를 위해 살아 있는 랍스터와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온 고급 레드와인도 실려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전용 열차도 김정일의 열차만큼 편하진 않았다”며 극찬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게오르기 톨로라야도 2019년 뒤늦게 열차 탑승 경험을 풀어놓으며 “평양에서 공수된 당나귀 고기, 전복 등 각종 진미가 식탁에 올라왔고, 러시아의 대표 보드카도 항상 준비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두 사람 모두 “열차 안에선 가수 등이 여러 공연을 펼치며 승객들을 즐겁게 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북-러 정상회담

- 북한 “푸틴 방북초청 수락”…美 “북러 무기거래 심각 우려”(종합) - 푸틴 "유엔 틀 안 깬다"…北과 위험한 거래 노골화 - “북·러 전략 전술 협력 강화키로”…김정은, 푸틴 방북 초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