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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전쟁 전에는 고속도로를 차로 10분 동안 달리면 서로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지만, 드로즈드가 사는 하르키우가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되면서 길이 차단됐다.
이에 베라예프는 약혼녀와 만나기 위해 러시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거치는 3700km의 대장정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일행들과 함께 차량 4대로 이뤄진 호송대를 꾸려 대장정을 시작했다.
먼저 70km를 달려 러시아로 향했는데 해당 구간은 수십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구간이었다. 한번은 러시아군이 베라예프 일행을 우크라이나 반군으로 의심하고 지역 관공서로 끌고 가 심문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일행 중 한 명은 군 관련 문신이 있는지 검사받기 위해 알몸 수색도 받아야 했다.
일행은 운 좋게 검문을 모두 통과해 러시아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 없이 도로 표지판도 없고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는 길을 며칠 동안 달려야 했다. 이들은 파괴돼 차선 하나만 남은 다리를 건너고 5시간 동안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조사를 받는 등 위험한 순간을 여러 차례 넘겼다.
베라예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몸도 성하지 않았으나 약혼녀와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나는 속으로 계속 나탈리를 향해 ‘보고 싶다’,‘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라고 회상했다.
베라예프 일행은 지난 7일 무사히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해 일주일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베라예프는 지난 14일 폴란드에 머무르기로 한 일행들과 헤어졌으며 혼자 우크라이나 르비우와 키이우를 거쳐 하르키우에 도착했다. 그는 약혼녀의 집을 50m 앞두고 또다시 검문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드로즈드와 재회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