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현직 방통심의위원이 방통심의위 심의에 상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방통심의위는 내달초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이 올렸던 블로그 게시물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음란물을 올리고 스스로 심의 대상이 되는 과정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박 위원은 논란이 커지자 문제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곧이어 "이건 어떤가"라며 또 다른 그림을 올렸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 여성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중이다.
박 교수는 "게시물을 사전에 자진 삭제하면 대개 `이유 없음`으로 결정나는 관례를 볼 때, 이번 건도 비슷하게 결론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 없이 그는 표현의 자유와 심의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던졌다.
다음은 박경신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방통심의위원장이나 다른 심의위원들은 뭐라고 하나. ▲별 이야기는 없더라. 내달 4일(심의일) 되면 말들이 있을 것이다.
-비밀유지 의무를 어겼다는 지적도 있다. ▲비밀이 아니다. 회의는 공개된 상태에서 한다. 방청객은 해당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도 받아갈 수 있다. 이미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심의하는 것이다. 심의 내용도 회의록을 통해 공개한다.
-박 위원의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사진까지 올려야 했느냐는 의견도 많다. ▲원래 블로그 방문자가 많지 않았다. 개인 자료실 형태로 운영했는데, 뉴스가 되다 보니 문제가 커졌다. 방문자수가 갑자기 늘었고 들어오는 청소년들을 감안해 내렸다. 하지만 청소년에게도 유해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성기가 나왔다고 과연 모두 유해 게시물인가.
-`성행위에 관한 서사에 포함되지 않은 성기는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 경계가 모호하다. ▲이번 일을 내가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게시물을) 내렸지 않겠나. 성인인증을 해도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음란물이라고들 한다. 성인인증을 해도 무방한 것이라면 음란물이 아니다. 그래서 위원회에 성인인증을 도입해 문제가 없는 게시물은 두자고 주장했지만 안 받아 들여졌다.
-당초 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는지. ▲그럴 가능성도 고려했는데 개의치 않았다. 음란의 기준에 대해 토론하자면 음란물을 보지 않고 얘기하긴 어렵다.
-현재 심의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 ▲첫째 기준이 엄정하지 않다. 최근 방통심의위에서 차단하기로 한 트위터 계정(2MB18nomA)에 대해, 대통령을 욕하는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본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국가 원수에 대한 욕이 왜 지워져야 하는지 근거가 불분명하다. 그냥 누구한테 불쾌한 욕설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지워야 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보호해야 하는 비판정신이 훼손된다.
둘째, 게시 당사자가 심의에 참여를 안 한다. 심의를 하고 있다고 알려 주지도 않고 심의에 참여해서 의견 진술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수많은 게시물이 없어지는데 아무도 모른다. 유럽 중세시대 검열과 비슷하다. 권력기관이 게시물을 직권으로 지우는 것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정신생활에 개입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심의 기준이 투명히 공개돼야 한다.
-어떤 규제기관이 돼야 하나. ▲머릿속에 있는 사상을 통제하긴 어렵다. 규제자는 사상이 외부로 나타나는 표현을 통제하는 것을 통해 사상을 통제하려고 한다.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있다면 불온한 마음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4대강이나 광우병 사태 때도 나타났지만, 비판적인 표현을 막아 반대의 씨를 없애려고 한다. 현재 심의위는 국민의 사상을 규제하는 기관이다. 건전한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국민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 속에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