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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발생한 강력 사건에 시민 불안이 컸다. 이듬해 국제 행사 월드컵을 앞둔 터에 치안도 걱정이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들어갔다. 수배전단 수 만장을 전국에 배포하고 현상금 1000만 원을 걸었다. “경찰의 명예를 걸고 범인을 검거할 것”이라는 게 경찰 각오였다.
도주에 쓴 차량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은 갈피를 못 잡고 해를 넘겼다. 현상금은 2000만 원으로 올랐다. 범인이 잡힌 건 2002년 8월29일이다. 경찰은 20대 남성 2명을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하고 현역 군인 1명을 공범으로 잡아 헌병대에 넘겼다. 이제 경찰관에게서 총기를 빼앗아 이들에게 팔아넘긴 20대 남성 2명을 잡으면 됐다.
그러나 법원에서 주범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군 법원도 공범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이들이 경찰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한 사실이 영장 실질 심사에서 드러났다. 3명은 모두 석방됐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달 진범 2명이 잡히기까지 21년간 장기 미제로 남았다. 진범은 당시 경찰이 권총 판매상으로 보고 쫓던 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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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보상 액수다. 보상은 구금 당시 최저일급의 최대 5배까지 이뤄진다. 사건이 발생한 2001~2002년 최저일급은 1만6800원이다. 당시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피해자 3명은 사나흘 가량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 최대 나흘치 일급은 6만7200원이고, 여기에 5배를 적용하면 33만6000원 정도다.
그렇다고 다섯 배를 무조건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상금은 구금 기간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수사 기관의 고의 등을 종합해 정하는데, 최대치가 최저일급의 5배일 뿐이다.
몸값이 비싼 이라고 하더라도 5배를 받기란 어렵다. 예컨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받은 형사보상금은 대략 5700만원이다. 구속된 2019년 일급 6만6800원과 구속기간 238일을 고려하면 보상금은 일급 대비 3배를 약간 넘는다.
다만 보상 외에 배상 절차를 밟는 방법은 있다. 앞서 언급한 ‘이밖의 법률’이 근거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내면 된다. 그러나 소송에 드는 시간과 금전 비용은 당사자가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