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 골목상권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모든 국민에게 25만원권의 지역화폐를 나눠줄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이 이에 강하게 반대하자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조세연 보고서 “지역화폐, 경제효과 제한적”
31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 논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꺼내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지급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자 국민의힘은 ‘경제적 순손실은 크고 순효과는 사실상 없다’며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지난 28일 “전 국민에 25만원 씩 뿌리면 13조원이 든다”며 “문재인 정부 때 국책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경제적 순손실은 크고 순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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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지역화폐 도입은 선택 제약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 지역화폐 발행 및 관리비용으로 인한 지방재정 지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사중손실 등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론적 모형뿐만 아니라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해당 지자체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조세연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도입으로 지역 내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는 인접 지자체 소매점의 매출 감소를 대가로 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또한 인접한 지자체도 지역화폐를 도입하면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한 초기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소규모 지자체는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보다는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은 ‘온누리상품권으로 일원화’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두고 당시 이재명 경지도지사는 “얼빠진 보고서,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혈세로 정부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조세연의 연구 결과 발표는 시기와 내용, 목적 등에서 엉터리”라며 “현 정부의 핵심 주요 정책인 지역화폐정책을 정면 부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09년 처음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은 발행 주체가 중앙정부로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을 역대 최대인 5조 5000억원 편성했다. 전국적인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반면 지역화폐는 지자체의 예산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올해 예산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한발 뺀 野…“與반대에 민생지원금 포기”
이번 추경 논의에서는 ‘전 국민에 지역화폐 25만원권 지급안’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여당의 반대로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앞서 민주당은 민생지원금 명목으로 25만원권의 지역화폐를 발행해 모든 국민에게 준다면 골목상권 등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만약 정부와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하겠다는 태도라면 우리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생경제를 살릴 추경,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을 민생지원금이 꼭 필요하다”며 “민생지원금의 차등지원과 선별지원도 다 괜찮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추경 반대’는 허위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추경 요인이 있을 때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통해 추진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1월 추경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이 정부예산안에서 삭감한) 예비비와 민생 수사 예산이 필요할 테니 이를 볼모 삼아 지역 사랑 상품권 발행 예산 1조 원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에 필요한 13조 원까지 묶어 추경으로 충당할 계획을 세운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추경 논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협의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협의회는 다음 달 2차 실무협의를 하고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열린 첫 실무협의에서는 협의회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참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협의회에서는 추경 논의와 함께 여당은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등 ‘미래 먹거리 4법’으로 규정한 법안 통과를, 야당은 상법 개정안, 지역화폐법 등의 법안 처리를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