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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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실적은 지난해 9월 547억달러에서 올해 9월 588억달러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시장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큰 상황이다. 발발 1년에 접어든 ‘중동 사태’는 최근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미중 갈등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유형을 조사한 결과 복수응답 기준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물류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였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순으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교역국별로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중국을 대상으로 한 교역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가 30%로 가장 많았다. 미중 갈등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러시아 대상 수출입기업들은 모두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우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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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확장적 전략보다는 긴축경영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기업차원의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출기업의 57.8%가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성 강화’를 꼽았다(복수응답). ‘대체시장 개척 및 사업 다각화’에 응답한 기업도 52.1%를 차지했다. 이외에 ‘공급망 다변화 및 현지조달 강화’(37.3%), ‘환차손 등 금융리스크 관리’(26.7%), ‘글로벌 사업 축소’(3.3%) 등의 대응방안을 차례로 지목했다.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이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전략산업 정책 강화에 대응해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들의 생산 절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체 조달시장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