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필자는 5월3일자 기고에서 시행 8개월을 앞둔 행정 자기모순(시스템·가이드라인·운영 인력 세 차원 모두에서 시간이 동시에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참조 이데일리 5월3일 <코인 과세 임박, 1326만명 투자자들 뿔난 진짜 이유>)
그 진단은 지난 7일 토론회로 더 분명해졌다. 재경부는 ‘시행’을, 학계는 ‘제도 미정비’를, 야당은 ‘폐지 검토’를 각각 외쳤지만, 1326만 납세자에게 남은 8개월의 시간은 그대로 줄어들고 있다. 본 기고문은 5월3일 기고에서 이미 다룬 행정 자기모순과 시민 준비 사항은 반복하지 않고, 5월7일 처음 등장한 ‘재경부 4대 논리’에 대한 반박에 집중한다.
재경부 4대 논리는 다음과 같다. ①‘법인은 이미 과세 중이니 개인만 비과세는 형평성 훼손이다’ ②‘주식 거래에도 손실 이월공제가 없으니 가상자산도 안 된다’ ③‘연내 고시 공개 + 5대 거래소 조율로 충분하다’ ④‘예정대로 시행한다’는 것.
이번 기고문에서는 각 논리에 대해 사실관계를 짚고 반박한다. 다시 말하지만 INSIGHT3(웹3 전문 컨설팅 기업)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가상자산 과세는 해야 한다. 다만 그 과세는 형평성과 조세 예측가능성이라는 두 원칙 위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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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첫 번째 대상은 ‘법인은 과세 중이니 개인만 비과세는 형평성 훼손’이라는 논리다. 재경부 입장은 “법인은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을 법인세로 과세 중이다. 개인만 비과세하면 형평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 비교는 가장 중요한 형평성 비교를 회피하고 있다. 한국 주식 양도소득세는 보유액 50억원 이상 또는 코스피 1%·코스닥 2% 이상의 ‘대주주’에게만 적용되며, 일반 소액주주는 비과세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역시 폐지됐다. 즉 한국 자본시장에서 일반 개인 투자자의 주식 양도차익은 사실상 비과세 상태다.
그런데 가상자산은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 전원에게 22%(지방세 포함)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법인 vs 개인’의 형평성을 말하기 전에 ‘주식 개인 비과세 vs 가상자산 개인 22% 과세’의 더 큰 비대칭이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이 지난 7일 토론회 발제에서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22%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 논리의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반박 2. 주식도 이월공제 없다? 글로벌 후진성 봐야
반박 두 번째는 ‘주식도 손실 이월공제가 없으니 가상자산도 안 된다’는 논리다. 재경부 입장은 “현행 주식 거래에도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가상자산에만 이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사실관계 자체로는 맞다. 한국 현행 소득세법상 주식 양도차손은 다음 연도로 이월해 공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실’은 형평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네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 논리의 결정적 결함은 다른 데 있다. 금투세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주식도 손실 이월공제가 도입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세무사회 공식매체인 세무사신문은 2022년 8월 기고에서 이렇게 명확히 짚었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국내 주식의 경우에는 5000만원,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은 250만원을 공제하고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에는 이익과 손실을 상계하는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등을 허용하며…”
금투세 체계에서 손실 이월공제는 5년으로 명시돼 있었다. 즉 가상자산 과세는 원래 ‘금투세 체계와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전제로 설계됐는데 금투세는 폐지되고, 가상자산만 과세되는 비대칭 상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재경부는 이 비대칭 상태의 한쪽을 떼어내 “주식도 이월공제 없다”고 인용한 것이다. ‘정상화되었어야 하는데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를 정상으로 끌어와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형평성 논의가 아니라 형평성 회피다.
둘째, 비교 대상의 범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앞서 짚었듯 한국 주식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에게만 적용되고 일반 소액주주는 비과세다. 가상자산은 1326만명 전원이 대상이다. ‘이월공제 없음’이라는 한 가지만 같지, 과세 범위와 성격은 차원이 다르다. 두 제도를 ‘이월공제 부재’ 한 가지 점만 골라 비교하는 것은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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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회장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자본이득에 대해 단기 10~37%, 장기 0~20% 등 보유 기간에 따라 차등 세율을 적용하면서 손실 이월을 허용한다. 영국·독일도 손실 이월을 전제로 한 자본이득 과세 체계를 운영한다. 싱가포르는 투자 목적의 가상자산 자본이득에 대해 사실상 비과세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면서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 주식 세제의 후진적 한 부분을 가져와 가상자산의 또 다른 후진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글로벌 정합성에 두 번 어긋나는 일이다.
넷째,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점이다. 기타소득(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우발적 소득(상금, 사례금, 강연료 등)을 위한 카테고리다. 정기적 투자 활동인 가상자산을 여기 끼워 넣은 것 자체가 무리이고 그래서 손실 이월공제가 자연스럽게 인정되지 않는다.
오문성 회장은 지난 7일 토론회 발제에서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현행 방식은 투자 손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양도소득 전환과 5년 이상 손실 이월공제를 핵심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박 3. 연말 고시-거래소 조율? 납세자 혼란·거래 음성화 봐야
반박 세 번째는 ‘연내 고시 공개 + 5대 거래소 조율’ 논리다. 재경부 입장은 “국세청에서 관련 고시를 마련 중이며 연내 공개될 것이다. 5대 가상자산사업자(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며 실무 조율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첫째, ‘연내 공개’는 사전 고지 의무를 충족하지 못한다. 의제 취득가액 기준이 되는 시가는 2026년 12월31일 시점이다. 1326만 납세자는 그 이전에 자산 보유 여부와 매도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연내 공개’가 12월에 이뤄지면 이같은 결정을 할 시간이 없다. 늦어도 6~7월까지 고시 초안이 입법예고돼야 납세자가 절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오 회장이 7일 토론회 발제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자료를 인용해 “국세청이 스테이킹·에어드롭·디파이 등 신종 거래 유형의 과세 기준에 대해 여전히 ‘수집 중’이라고 답했다”고 밝힌 점도 이 ‘연내 공개’ 약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둘째, 5대 원화 거래소만으로는 1326만 납세자의 거래 실태를 포착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000억원 중 본인확인을 거쳐 해외로 이전된 ‘화이트리스트’ 금액이 90조원에 달한다. 자산의 84%가 이미 5대 거래소 밖으로 나가 있다는 것이다.
탈중앙 거래소(DEX), 개인지갑, 디파이, 개인간거래(P2P) 거래는 5대 거래소 데이터로 잡히지 않는다.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카프)가 도입돼도 총량 정보 중심이어서 개인별 추적은 어렵다. 결국 시행되면 성실 신고자에게 세 부담이 집중되고, 음성 거래는 더 깊이 숨는 역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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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4. 내년부터 시행? 매도 광풍 후유증 봐야
반박 네 번째는 ‘예정대로 시행’ 메시지의 시장 위험이다. 재경부 입장은 “내년 1월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시행 7개월 전 시점에서 정부가 단정적 시행 선언을 한 것은 메시지 전략 측면에서 위험하다. 인도는 2022년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30% 세금을 부과하자 주요 거래소 거래량이 시행 직후 최대 70% 급감했다. 인도네시아도 2023년 높은 세율 도입 후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타이거리서치는 한국 과세 시행 시 국내 거래소 거래량이 최소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 특성상 자금 이탈 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정대로 시행’이라는 메시지가 7~8월부터 시장 신호로 작동하면, 고액 투자자의 해외 이전과 12월 매도 광풍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수 확보가 아니라 세원 자체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양도차손 다음 연도 이월공제도 안 되는 현행 구조에서 12월 매도 시점 결정은 1326만명에게 동시에 압박으로 작용한다. 행정이 이 압박을 정확히 보고 메시지를 짜고 있는지 의문이다.
답은 1월 시행도 완전 폐지도 아닌 ‘재설계 후 시행’
이 4대 반박이 향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시행 강행’은 형평성을 일부 충족하지만 인프라가 미비하고, ‘완전 폐지’는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만 형평성을 포기한다. 정답은 시행도 폐지도 아닌 ‘재설계 후 시행’이다.
필자는 지난 3일 기고에서 일본 모델을 길게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핵심만 다시 짚는다. 일본은 지난달 10일 가상자산을 자금결제법의 ‘결제 수단’에서 떼어내 금융상품거래법(FIEA)상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동시에 세제도 바꾼다. 최고 55% 종합과세에서 주식·펀드와 동일한 20% 분리과세로 전환하고, 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하는 방향이다. 가상자산 분류와 과세를 한 패키지로 가는 것이다.
한국이 가야 할 길도 같다. 가상자산을 ‘금융상품 분류 + 분리과세 20% + 손실 이월공제(5년 이상) +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 시점에 동기화’의 한 패키지로 묶는 것이다. 이것이 INSIGHT3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시나리오다. 지난 7일 토론회에서 오문성 회장이 양도소득 전환과 5년 이상 손실 이월공제를 5대 선결 조건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폐지된 금투세 체계가 가상자산 과세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불합리하지 않다. 오히려 자본시장 세제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5월12일과 그 이후…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세 재설계 필요
박수영 의원은 지난 7일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나온 학계와 언론계 의견을 종합해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장으로서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입법 트랙에서 가상자산 과세 논의는 이제 의원 개인 발의안 수준을 넘어 조세소위원장 차원의 공식 의제가 됐다는 의미다. 오는 7월에 발표될 정부 세법개정안과 하반기 국회 논의가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트랙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트랙은 오는 12일 정무위 법안소위나 지방선거 이후 정무위에서 논의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고, 두 번째 트랙은 7월 정부 세법개정안과 하반기 국회 재경위 조세소위에서 다룰 가상자산 과세 재설계다.
두 트랙은 별개가 아니다. 일본이 ‘금융상품거래법 개정 + 세제 전환’을 한 패키지로 가는 것처럼, 한국도 ‘디지털자산기본법 + 가상자산 세제’를 한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기타소득 22%’의 형평성 문제와 ‘인프라 미비’의 행정 문제가 동시에 풀린다.
재경부의 ‘예정대로 내년 시행’ 발언은 이 두 트랙의 연결을 끊는 메시지였다. 가상자산 세제만 따로 떼어내 ‘1월 시행’으로 못 박으면, 디지털자산기본법과의 정합성을 맞출 시간도, 일본식 패키지로 재설계할 시간도 사라진다. 정치권이 5월 12일을 기점으로 두 트랙을 연결해 다루지 않으면, 1326만명 납세자의 시간은 또 한 번 정치 일정에 의해 매몰된다.
다시, 시간의 문제다
필자는 지난 3일 기고에서 “세금은 거두는 행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부과하는 행정’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썼다. 5월7일 재경부의 첫 공식 입장 표명 이후에도 이 명제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절박해졌다.
가상자산 과세는 해야 한다. 이것이 INSIGHT3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다. 다만 그 과세는 (1)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고, (2)분리과세 20%와 손실 이월공제 5년을 도입하며, (3)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과 동기화하고, (4)시스템·가이드라인·운영 인력의 시간을 확보한 뒤에야, 형평성과 조세 예측가능성이라는 헌법적 원칙 위에 설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정대로 시행’은 ‘준비된 상태로 시행할 수 없는’ 일정의 강행일 뿐이다.
재경부 4대 논리에 대한 반박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세금은 누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부과돼야 하는가’다. 행정의 시간인가. 1326만명 납세자의 시간인가. 5월7일 재경부의 답은 전자였다.
5월12일 이후 정치권은 후자로 답해야 한다. 납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세금만이 지속 가능한 세금이다. 형평성과 예측가능성 위에 다시 설계된 가상자산 과세야말로 한국 자본시장 세제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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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 <1113만명 코인 투자하는데 한국에는 기본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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