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내가 왜 이걸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주제다. 건설기술 측면에서 건축자재를 두껍게 만들고 층간 거리를 높여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건설사가 꺼릴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결국,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과학기술로 층간소음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지난 3일 한국기계연구원 내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에서 이데일리에 메타물질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메타물질은 일상생활 속 소음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음도 줄여줄 수 있는 ‘전천후 물질’이라는 점에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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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없는 물질 특성을 지닌 인공구조물을 뜻한다. 물질 구조적으로 파동의 진행 방향을 제어하거나 전자파 흡수·제어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연구 분야다.
이날 연구단이 공개한 기술은 건축용 차음판이나 친환경 자동차 경량 차음재로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단은 플라스틱 구조체에 폴리머 계통 필름을 넣어 가벼우면서 얇은 차음판을 개발했다.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이유는 밀도가 낮은 탄성막과 스프링 연결을 통해 스프링 공명주파수(2개 이상의 진동자가 병렬로 연결됐을 때 진동자가 서로 다른 반대 방향의 공진을 일으켜 진동자 시스템 전체의 진폭이 최소화되는 주파수)에서 공기 유효밀도가 3000배 늘어 음파에너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연구단이 설계한 메타 구조로 초저주파(62헤르츠~80헤르츠) 대역에서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소리를 상쇄시키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 차음판을 통과한 소리가 서로 상쇄돼 없어지도록 제어하는 원리다.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은 “소음을 줄이려면 콘크리트처럼 두껍고 무거운 재료를 붙이면 되는데 이와 달리 메타구조 설계로 물성을 제어했다”이라며 “소리 입장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무겁게 만들어서 소리를 줄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견본 주택에다 실증작업을 통해 방재성능과 차음 성능도 확인했다. 자동차가 움직이면서 노면(도로 표면)과의 마찰로 소음이 크다는 점에서 이를 줄이기 위해 만든 시제품을 이용해 국내 한 자동차 회사와 성능 평가도 마쳤다.
다만, 음파는 제어하더라도 진동까지는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차음 소재로 건설이나 자동차 업계에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연구단의 판단이다.
이 단장은 “연구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연구소 기업을 통해 기술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진동까지 제어하기는 어렵지만 위층과 아래층 사이 공간 차음판이나 자동차 내장 소재로 활용하면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의 가벼운 물질을 인쇄하듯이 찍어내 쉽게 활용해 소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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