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은 국내 최대 규모인 5만여개의 제대혈을 관리하고 있는 차병원 제대혈은행에 대해 국가 지정 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원예산 환수 규모가 5억여원에 그치고, 차 회장 오너 일가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하나마나한 징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 처벌 어려워
제대혈은 분만 후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다.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함유돼 미용이나 노화 방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대혈을 연구용으로 사용할려면 산모가 기증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기증받은 제대혈이라도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 치료·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병원 그룹 회장과 회장 부인, 회장 부친은 연구 목적이 아닌 미용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총 9차례 제대혈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 회장 일가는 증거를 숨기기 위해 진료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현 의료법은 시술한 의료인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차 회장 일가를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차 회장이 어떤 경위로 제대혈 주사를 맞게 됐는지 진술이 엇갈려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첫 조사 당시에는 제대혈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연구 참여자가 부족해 (차 회장이) 직접 연구에 참여했다고 진술했지만, 시술을 담당했던 의사 강모씨는 본인의 권유해 시술을 진행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차병원에 대해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 은행의 지위를 박탈하고 그동안 지원했던 예산을 환수 조치했다. 차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불법 제대혈 시술을 한 의료인도 검찰 고발했다. 진료기록부를 미작성해 의료법 제22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 의료인은 3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개월 자격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은 연구 목적이 아님을 인지하고도 분당차병원에 부적격 제대혈을 공급해 제대혈법 제27조 제2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제대혈정보센터에 승인받은 연구로 사칭해 신고한 혐의도 검찰에 수사 의뢰 조치됐다. 이를 위반한 것이 드러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또 분당차병원 개설자인 성광의료재단 이사장도 제대혈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제대혈 불법시술은 의료행위를 한 사람만 처벌받기 때문에 차 회장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 회장의) 제대혈 불법사용에 대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차병원에 대한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의 지위를 박탈하고 2015년부터 지원했던 5억 1800만원 예산에 대한 환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장 광고 차움의원·차움한의원 업무정지
아울러 복지부는 거짓·과장광고로 환자를 유인한 혐의로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이 개설한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에 대한 의료광고 및 환자유인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료법 위반사항이 확인돼 각각 3개월, 1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했다.
차움의원은 의료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자의 치료경험담 광고를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전문병원’이 아님에도 전문 의료기관(대사증후군 전문센터)인 것처럼 거짓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움의원은 또 차병원 그룹 전체에 해당하는 네트워크 및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마치 차움의원의 성과인 것처럼 과장광고를 하고, 차움한의원은 별개의 의료기관임에도 동반 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광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움한의원도 차움의원과 동반 진료가 가능한 것처럼 과장광고를 한 점을 근거로 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성광의료재단 이사장은 환자 유인과 관련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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