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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유럽 국가들과 다음 달 5일 발효될 예정인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제재는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석유 제품으로 가격 상한제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는 지난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서다. 가격 상한제를 어기면 해상보험 제공이나 입항 등을 거부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가격 상한제 참여국엔 원유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맞불을 놨다. 또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해 원유가 필요한 중국, 인도 등을 대체 수출선으로 확보해 놨다.
수출 제재가 석유 제품으로 확대되면 러시아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나 인도 등이 자국 제품을 두고 러시아산 제품을 수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타티아나 미트로바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은 “원유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에) 기분 나쁜 일이긴 해도 난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석유 제품 가격 상한제는 훨씬 더 큰 문제”라고 WSJ에 말했다.
유럽의 경우 최근 1~2년간 경유 수입량의 50% 이상을 러시아에서 가져왔지만 제재를 앞두고 비축량을 확대했다. 반면 러시아는 그만큼 거대한 시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스위스계 석유 데이터 회사 스파르타코모디티스의 애널리스트 필립 존스럭스는 “적어도 지금은 다음 달 유럽 경유 공급을 걱정할 징후가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내각 회의에 지난해 3조3000억루블(약 58조4100억원)에 이르는 재정적자가 발생했다고 10일 보고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 이어 소련 붕괴 이후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사비가 급증한 데다 서방 제재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유럽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러시아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는 러시아산 원유 상한가를 배럴당 30달러로 낮춰 러시아에 더 큰 타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