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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는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범죄의 가중처벌)·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안모(20)씨와 김모(20)씨 등의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 3월 대구에 있던 피해자 고(故) 박모(20)씨의 외출 시간을 알려줘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다른 동창생 A씨도 불구속 기소돼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폐렴과 영양실조라고 했다”며 “직접적 외상과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며 보복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피고인은 오히려 피해자가 식사의 어려움을 겪자 죽을 먼저 주고 피고인 어머니에게 미숫가루를 보내달라고 하는 등 적절한 식사를 제공하려고 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이 우려돼 피해자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인터넷에 검색했고 112에 신고했다”면서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씨의 변호인도 살인 계획 목적이 없었고 고의가 없었다며 특가법상 보복 목적 살인죄를 부인했다. 오피스텔에 감금한 후 가혹행위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중감금치사) 및 나머지 공소 사실은 모두 자백하고 인정했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영리약취 방조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지능·심리 상태, 범죄 성향 등의 양형 조사를 신청했다. 안씨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안씨와 김씨 등 이들 사이의 지배적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8일 오후 열린다.
◇동창생 감금·협박하는 등 가혹행위…피해자 결국 숨져
앞서 지난 6월 13일 오전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박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안씨와 김씨는 박씨를 협박해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협박했고, 청소기와 휴대전화 등으로 피해자를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지난해 11월 8일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안씨와 김씨는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보복과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같은 해 3월 31일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가 피해자가 사망한 6월까지 감금·폭행·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피해자를 협박해 ‘고소 취하 계약서’를 강요했고,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경찰에 보내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강요하거나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판매하게 하는 수법으로 총 578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또 이들 일당은 피해자 사망 직전인 지난 6월 초 피해자가 건강 악화로 쓰러지자 화장실에 가둔 채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으로 박씨는 저체중 상태에 폐렴과 영양실조가 겹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