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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철강산업에서 상징적인 US스틸을 외국기업, 심지어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의 기업이 인수하는 게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 측면에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경우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실제 이날 US스틸과 일본제철은 CFIUS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일본제철은 149억달러(약 19조5000억원)에 미국 철강산업의 대표 주자인 US스틸을 인수한다고 전했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하기 위한 차원이다. US스틸은 철광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철광석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일본제철이 US스틸을 품은 요인으로 꼽힌다. 두 회사의 철강 생산능력을 더하면 연간 8600만톤으로 중국 바오우강철집단에 이어 세계 2위 규모가 된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대통령은 US스틸이 여전히 미국 국가 안보에 중요한 철강 생산의 핵심 요소라고 믿는다”며 “철강은 기반 시설부터 자동차, 청정에너지 미래까지 모든 것에서 미국 제조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와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백악관까지 깐깐한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이미 의회에서는 양당 모두에서 인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J.D. 벤스, 조시 홀리, 마코 루비오 등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은 전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CFIUS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본제철은 다른 국가(일본)에 충성을 맹세하고 과거 미국에서 철강 제품을 덤핑한 전례가 있는 기업”이라며 “미국 내 철강 생산은 국가 안보에 필수이기 때문에 CFIUS는 깊은 결함이 있는 인수 안건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조 맨친, 밥 케이시, 존 페터먼 상원의원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US스틸 직원들이 가입한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은 회사 경영진이 노조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매각을 결정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데이비드 맥콜 USW 위원장은 “이번 거래가 미국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고 안보 이익에 부합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일본제철은 일본과 미국의 강력한 동맹을 고려해 규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CFIUS 통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예상을 깨고 실제로 인수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 등 협력해야 할 지점이 많은 주요 동맹인 일본의 US스틸 인수를 막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기업 인수에 대해 미국 여야 의원들과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인수 절차가 난항을 겪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브레이너드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일본제철이 절차에 확실하게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양국의 동맹을 매우 굳건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레이너드 위원장이 말한 것을 알고 있지만 사기업간 거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