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미국인은 전국에 걸쳐 45채 아파트를 사들였다.
중국인 여성은 영리 활동이 불가능한 유학 비자를 갖고 한국에 들어와 인천에 빌라 2채를 매입한 뒤 매달 90만원씩 월세를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4개월간 이같은 투기 의심 정황이 발견된 외국인 부동산 거래들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외국인 투기성 거래 의심 1145건 기획조사 실시
23일 국토교통부는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편법증여 등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1145건에 대해 실거래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거래량이 많이 증가했던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거래된 2만38건 중 이상거래 징후가 있는 거래들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는 편법증여, 외국인간 직거래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이나 다운계약, 신고가 및 초고가주택 거래는 허위신고나 해외자금 불법반입, 편법대출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건수는 △2017년 6098건 △2018년 6757건 △2019년 6676건 △2020년 8756건 △2021년 8186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주택 매집(1인 최대 45채 매수), 미성년자의 매수(최저연령 8세), 높은 직거래 비율(외국인간 거래의 47.7%) 등 이상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비중은 0.8% 수준이지만 최근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외국인 주택 매수 거래가 늘어났고, 비정상적인 거래 사례도 많이 발견됐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위해서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9월까지 4개월간 진행하며, 10월 중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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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부는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보유 현황 통계도 생산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명확히 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 등록 가능 비자를 거주(F2) 일부,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거주지가 불명확한 외국인의 특성을 감안해 비거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시 국내 위탁관리인 지정 및 신고 의무화하고, 주택가격과 규제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주택 취득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호주의’ 논란..외국인 투기 방지법안 폐기 또는 계류 중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국제법상의 ‘상호주의 원칙’이다. 상대국이 우호적으로 대응하고, 비우호적이면 비우호적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를 억제·제한하는 법안들이 쏟아졌지만 상호주의 원칙에 걸려 폐기 또는 계류 중에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제한했다가 자칫 우리 국민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작용했다.
이에 정부는 모든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허가제로 제한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대상자와 대상 용도를 정해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허가제를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외국인 세대를 파악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는 1가구 보유 주택수로 결정되는데 외국인은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진 토지정책관은 “우리나라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이 같은 증명서가 없다. 혼인관계는 알 수 있지만 직계존비속에 대한 자료는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동일 거주지에 있는 경우에는 같은 가구로 인정할 지. 고유등록번호로 확보할 지 등에 대해서 국세청이나 행안부와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