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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적어도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에 책임을 지고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발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인 상당히 곤혹스럽고 불쾌할 것”이라며 “혁신위가 의견을 전달하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경로당인가. 서울이 경로당인가”라며 “지역 주민이 신뢰받은 사람을 왜 빼 가나. 임의대로 막 빼서 공천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의원들은 수도권 출마를 꺼리는 이유로 중진들의 경쟁력과 수도권 내 여당 지지율을 꼽았다. 앞서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영남권 스타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영남 중진들의 이미지로는 수도권에 나오는 것은 떨어지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험지로 평가되는 서울 서초구을로 자리를 옮기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같이 긍정적인 사례는 우리 당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수도권 한 의원은 “현 당 지도부를 선출한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선언했지만 (이 공약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진들은 텃밭에만 가서 공천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며 “수도권 현역들의 의견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본인들의 이익만 쫓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을 험지라는 표현을 쓰면 출마를 제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혁신위가 결정해도 결국 본인(영남권 중진)들이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당내 분위기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수도권 출마론에 대해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이날 당 최고위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박정한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영남권 중진 출마론을 묻는 질문에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면서, “이 사안은 밥을 지을 때 쌀에 물을 부어서 열을 가하고 끓는 과정이 있듯이 그런 불가피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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