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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김환기 '우주' 입은 고급 와인…"와인 마셔도 희소가치 남죠"

경계영 기자I 2024.09.12 11:00:00

롯데백화점 푸드부문 와인·리큐어팀 인터뷰
'남미 최대' 콘차이토로·김환기재단 1년여 설득
한정 3000병엔 넘버링…"고객도 의미있는 숫자 골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내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기록된 김환기 작가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와인 레이블에 들어갔다. 그냥 와인은 아니다. 남미 최대 와이너리인 콘차이 토로가 생산하는 고급 와인인 돈 멜초 가운데서도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99점을 줬던 2021년산이다.

최고와 최고가 만난 ‘돈 멜초x김환기 아트 스페셜 에디션’은 롯데백화점이 지난해에 이어 선보인 ‘와인+예술작품’의 협업 결과물이다. 3000병만 한정 판매하는 이 상품은 추석을 앞두고 선 발매한 1차 물량 모두 팔렸다.

지난해 초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한 롯데백화점 푸드부문 와인·리큐어팀의 양현모 팀장과 최준선 치프 바이어 겸 소믈리에는 지난 6일 에디션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롯데에비뉴엘 잠실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와인에 어떤 콘텐츠를 심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추석을 앞두고 선보인 ‘돈멜초x김환기 아트 스페셜 에디션’. (사진=롯데백화점)
양 팀장은 “선물은 오래 보관하면서 선물한 사람이 떠오르게끔 하는 게 포인트”라며 “와인은 마신 후 없어지지만 희소성 있는 포장으로 그 가치를 더한다면 다른 선물보다도 오래 남을 수 있고, 선물한 사람의 마음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믈리에는 “장인 정신이 담긴 김 작가의 작품은 영속적 가치를 갖고 있다. 돈 멜초도 30~40년 지난 빈티지를 마셔도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어 영속성을 갖고 있다보니 와인과 작품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협업이 이뤄지기까지는 무려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작은 롯데백화점 와인·리큐어팀이었지만 자사 아트콘텐츠팀, 와인을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날, 콘차이 토로, 그림 저작권을 보유한 김환기재단 등과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고받은 문자, 메일 등 메시지만 1000건이 넘었다.

양 팀장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한 행사에서 만나 콘차이 토로와 협의를 시작했다. 돈 멜초는 콘차이 토로의 시그니처 와인인 데다 한 번도 협업 사례가 없다보니 협업을 확정한 시점이 지난 3월로 1년 넘게 걸렸다”며 “지속적인 소통으로 ‘롯데백화점이면 신뢰할 수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언급했다. 돈 멜초 2021년산이 국내에 공식 수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환기재단도 어렵게 설득한 만큼 작품을 담아내는 패키지에 공을 들였다. 참고한 고급 술 패키지만 100개가 넘는다. 보통 와인 상자는 두 면까지 열리지만 이번 에디션 상자는 세 면이 열린다. 최 소믈리에는 “우주는 김환기 작가 작품 가운데 유일한 두 폭인 그림이지만 최대한 작품을 크게 담아낼 수 있도록 세 면에 담았고 그렇게 김환기재단도 설득했다”며 “작품이 인쇄되는 종이 재질도 원작대로 캔버스 느낌에 가장 가깝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3000병만 선보이는 이번 에디션은 와인 병에 별도로 숫자가 붙는다. 양 팀장은 “상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을 수 있게 기획했다”며 “실제 선물하는 분에게 의미 있는 숫자를 고르거나 중국 업체와 거래하는 고객은 ‘8’ 들어간 넘버링을 선점하려고도 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푸드부문의 양현모(오른쪽) 와인&리큐어팀장과 최준선 치프 바이어·소믈리에가 지난 6일 롯데에비뉴엘 잠실점에 마련된 돈 멜초x김환기 아트 스페셜 에디션 팝업스토어 앞에서 와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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