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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김호준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이 피해 회복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인정하고 판정기준을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잘못된 판정기준 때문에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 △가해 기업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협의회는 고(故)조덕진 목사의 추모 예배도 함께 진행했다. 고 조 목사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사용자로 폐질환 4단계 판정을 받아 지난 25일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조 목사의 가족은 2007년부터 3년간 2010년까지 매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는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폐질환으로 인정되지 않는 4단계 판정을 받아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울러 조 목사의 모친 역시 2012년 사망해 피해를 신고했지만 폐질환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 목사의 큰딸 은해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잘못된 판정 기준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아버지는 엄연히 피해자인데도 국가에서 등급을 나눠 피해자가 아니라고 정했다”며 “피해자가 왜 ‘나는 피해자입니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이에게 인정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조 씨는 영국 옥시에서 판매 금지된 가습기살균제가 한국에서 여전히 판매되는 점도 꼬집었다. 조 씨는 “왜 한국 본사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는 건가”라며 “국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 목사의 아버지 오섭씨도 가습기 살균제를 허가한 국가가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조 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403번째로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짐승도 쓰지 못할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허가한 정부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씨는 “정부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는데 이제 어떻게 정부를 믿겠나”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정부가 책임질 것을 강조했다.
같은날 오후 1시 조덕진 목사의 유가족들과 협의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와 배상을 재차 촉구했다.
조 목사의 동생인 경진씨는 “한 기업에서 만들어낸 약품으로 죽어간 사람들이 1400여 명에 달한다”라며 “옥시싹싹과 관련된 많은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이어 “한 기업의 극악무도한 횡포가 많은 가정을 무너뜨렸다”며 “내 일이 아니라고 관심을 끊지 말고 다같이 정부에 항의하고 기업의 나쁜 짓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목사가 사망한 지난 26일 기준으로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1403명, 신고된 피해자는 634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