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전날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2.0%) 달성 가능성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며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강화돼 연 2.0%의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면 통화정책 변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달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최근 CPI 상승률은 꾸준히 2%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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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총재는 특히 “내년 춘계 노사 협상(춘투)에서 뚜렷한 임금 인상이 이뤄질 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번에는 낮은 인플레이션 구조에서 벗어나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임금이 지속적으로 올라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정책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발언을 두고 “정책 수정 가능성을 밝힌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BOJ는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자 △마이너스(-0.1%) 단기 금리 △국채수익률 곡선 통제(YCC·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한 낮은 장기 국채금리 유지)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대규모 자산 매입 등 초완화 부양책을 지속해 왔다. BOJ는 올해 장기 국채금리 상한선을 높이는 방식으로 YCC 정책을 조금씩 수정해 왔고 ETF 등의 매입 규모를 대폭 줄여 왔다. 우에다 총재의 이번 언급은 현재 -0.1%인 단기 금리까지 인상해 본격 출구전략에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BOJ는 2016년 1월 -0.1%로 금리를 인하한 이래 8년 가까이 마이너스를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BOJ가 정상화를 시작할 만한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일본 총무성 집계를 보면, 지난달 실업률은 2.5%를 기록했다. 올해 3월(2.8%)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취업자 수는 총 6780만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56만명 늘었다. 16개월 연속 증가세다. 그만큼 일본 노동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BOJ가 이르면 내년 1분기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시장은 기울어 있다. 닛케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 중 36%는 BOJ가 1분기 안에 단기 금리를 0%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봤다. 43%는 2분기를 점찍었다. 10명 중 8명은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긴축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BOJ가 1월 22~23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곧바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날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감안할 때 그보다 춘투 이후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정상화 시점에 대해서는 “언제인지 확정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국내외 경제와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기업의 가격·임금 결정 행태가 어떻게 변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우에다 총재의 긴축 시사 발언에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2.10엔까지 하락했다(달러화 약세·엔화 강세).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한때 152엔에 육박했다가 최근 140엔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통화 긴축과 함께 120~130엔대를 열어둬야 한다는 예상이 많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638%까지 상승했다(국채가격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