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봉 96% 삭감…中비구이위안 허리띠 졸라매기

김겨레 기자I 2023.12.13 16:01:00

5.5억원→2200만원으로 CEO 연봉 삭감
오너 일가 연봉도 2200만원으로 일괄 조정
위안화 채권 보유자 풋옵션 포기
역내 채권 첫 디폴트 고비 넘겨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최고경영진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섰다. 지난달 달러 채권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비구이위안은 위안화 채권에 대해선 당장 디폴트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부 장쑤성에 위치한 비구이위안 건물. (사진=AFP)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추가적인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해 모빈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300만위안(약 5억5000만원)에서 12만위안(2200만원)으로 96% 삭감한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 창업자 양궈창의 딸인 양후이옌 회장과 양쯔잉 전무 역시 기존 37만위안(약 6780만원),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의 연봉을 12만위안으로 줄이기로 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2년 동안 회사 최고경영진의 급여를 세 차례에 걸쳐 삭감해 2021년 대비 인건비가 86%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모빈 CEO와 양쯔잉 전무의 연봉은 각각 1500만위안(약 27억원), 1000만위안(약 18억원)에 달했다.

비구이위안은 또 사무실을 줄여 경영 관리 비용을 2021년 대비 60% 절감했다고 밝혔다. 경영진에 제공됐던 회사 차량과 사내 식당, 건강 검진 등 복지 혜택도 축소했다.

비구이위안은 총 1860억달러(약 243조원)의 부채를 보유해 중국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중 빚이 가장 많은 회사다. 지난 10월 달러 표시 채권 이자 1540만달러(약 201억원)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으며, 사실상 역외 채무 상환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해선 첫 디폴트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위안화 채권 보유자들은 지난주 선전증권거래소 관계자들과 만나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8억위안(약 1465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비구이위안은 풋옵션을 행사하길 원하는 다른 위안화 채권 보유자 최소 두 명을 위해 현금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 역내 채권자들은 지난 9월에도 147억위안(약 2조7000억원) 규모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줬다. 소식통은 “비구이위안이 위안화 채권에 대한 첫 디폴트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목록(화이트리스트)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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