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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의 축은 새롭게 재편된 인천공항이다. 2023년 신라·신세계가 과도한 임대료에 사업권을 따냈다가 지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각각 190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한 바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됐던 셈이다. 이후 진행된 재입찰에선 객당 임대료가 5100~5300원대로 책정돼 2023년 9000원대 대비 40%가량 낮아졌다. 공항 면세점이 비로소 ‘수익 가능 구조’로 정상화 됐다는 평가다.
신라·신세계가 철수한 자리는 이달부터 롯데와 현대가 채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7일 DF1(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영업을 시작하며 약 3년 만에 인천공항으로 복귀했다. 올해 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현대면세점은 28일 DF2(DF1와 품목 동일) 구역 영업을 개시했다. 기존 DF5·DF7(명품·패션·잡화)과 더해 인천공항 6개 면세 구역 중 3개를 운영하는 최대 사업자에 올랐다. 인천공항 점포만으로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한다.
재편을 계기로 4사의 각자도생도 본격화 중이다. 공항을 차지한 현대와 롯데는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노리되, 무게 중심을 다르게 주고 있다. 현대는 명품·패션부터 화장품(뷰티)·주류까지 묶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풀 라인업’ 카드를 꺼냈다. 인천공항내 전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유일 사업자라는 지위를 활용해, K뷰티 40여개 브랜드를 모은 ‘K코스메틱존’을 전면에 배치했다. 3년 만에 돌아온 롯데는 실속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흑자로 다져온 내실 다지기 전략을 바탕으로, 외형 키우기보다 디지털과 콘텐츠를 묶은 체험형 매장으로 질적 차별화를 노린다.
신라와 신세계는 시내면세점에서 각기 다른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신라는 충성고객을 겨냥해 멤버십·단독 브랜드·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재방문 동선을 다지고 있다. 신세계는 체류·체험형 매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명동점에 한국 전통 식품·디저트를 풀어낸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와 K팝 굿즈·미디어 체험을 묶은 ‘K웨이브존’을 꾸렸다. 면세 쇼핑을 한국 콘텐츠 체험과 한 동선에 묶어내려는 시도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방식은 갈라졌지만 결국 4사 모두 K콘텐츠로 외국인을 붙잡겠다는 같은 그림”이라며 “이젠 누가 더 빨리 실험하고 실행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세점들의 몸부림은 최근 변화한 소비 행태와 외부 환경 요소와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며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약해졌고,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중심이던 방한 수요 역시 개별 관광객(FIT)으로 재편되면서 대량 판매 전략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같은 내수 채널로 여행객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방한 외국인은 계속 늘지만, 가만히 있으면 업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공항이든, 시내든 외국인을 면세점으로 끌어와 지갑을 열게하는 것이 숙제다. 면세 특허만으로 고객이 찾아오던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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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 면세업은 사실상 중국 보따리상에 기댄 도매 사업에 가까웠다”며 “이제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이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과 경험을 직접 선택하는 진짜 소매업으로 재편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우위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만큼, 이 전환에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향후 10년 빅4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