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한 핵 암묵적 승인 우려…“반미 공동전선 펼칠 듯”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달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 외무장관 방북까지 이어지면서 여느때보다 긴밀히 소통하는 모양새다. 이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뒤 북한에서는 ‘공동행동’을 강화한다고 밝혀 러시아가 북한의 핵을 암묵적으로 인정한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전날인 19일 접견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동지가 라브로브 동지와 반갑게 상봉하시고 외무상의 우리나라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면서 “동지적 우애의 정이 넘치는 담화를 나눴다”라고 전했다.(사진=평양노동신문, 뉴스1)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을 만나 “조로(북러)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해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김 위원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인사를 전했고, 김 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극동 북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과의 상봉을 감회깊이 회고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담화가 진행됐다고 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도 회담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은 “한반도 평화 협상과 북한 자주권을 지지한다”면서 “전제 조건 없이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국제 문제에서 공동행동을 강화할 것에 대한 의견일치를 봤다고 했다. 북한이 각 분야의 합의와 공동행동의 내용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를 위한 모종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러가 무기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여러차례 위성사진으로 목격된 바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중러’가 ‘한미일’에 대응해 합동군사훈련에 나설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 일대일로 포럼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을 만난만큼 ‘북중러’ 연대도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의 자주권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미 공동전선을 펼치기 위해 북러간 전략적 협력관계가 보다 길게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