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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100여명 참가자들은 ‘전쟁을 멈춰라(STOP THE WAR)’ 등 피켓과 파란색과 노란색이 상징인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주한러시아 대사관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어, 한국어, 영어 등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고 목청껏 외쳤다.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귀국한 교민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교민 김평원씨는 “우크라이나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지켜본 우크라이나 영토가 이렇게 유린당할 줄 몰랐다”며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런 잔악무도한 일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청년층도 군사적 위협과 폭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영주 전국학생행진 활동가는 “전쟁을 직접 겪거나 냉전시대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한국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며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전쟁을 반대하고 움직이는 시민의 평화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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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군사적 대응 대신 외교적, 평화적 해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위기를 헤쳐나가도 모자란 시기”라며 “군사행동은 또 다른 군사행동과 군비증강을 부르기에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 국제협력국 목사도 “전쟁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요청했다. 단체는 성명서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쟁이 시작된 2014년부터 발생한 피난민은 지금까지 약 85만 명에 달하며, 앞으로 최대 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신속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한 우크라이나인과 전쟁으로 발생하는 난민에 대한 국가적 대응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뒤늦게 인권과 정의에 입각해 러시아를 규탄하고 국제제재에 동참했지만, 전쟁 피해자에게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 체류중인 3800여명 재한 우크라이나인 임시체류 조치 점검은 당연하고, 전향적인 난민심사를 비롯해 난민보호를 천명하는 대책 역시 수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우크라이나 땅에 사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며, 러시아에서 전쟁에 저항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며 “한국 시민사회는 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전 세계 모든 사람과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로 된 성명서를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 성명에는 국내 시민단체 392개와 개인 132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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