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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은 10일(현지시간) 연이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양한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거짓 소문의 규모와 속도가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나타났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다양한 계정에서 허리케인 예보나 구조 활동의 적법성 등과 같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도, 어린 아이들이 허리케인에서 도망치는 장면을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함께 올리거나 과거 재난 사진·영상을 함께 게재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허리케인 구호 기금이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는 사기”, “미 정부가 날씨를 조작하고 있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얼핏 보면 미 대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정부 자금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쓰이고 있다거나 기후변화 위기가 사기라는 주장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의원은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 “그들(미 정부)은 날씨를 조절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웹사이트 ‘더 게이트웨이 펀디트’(The Gateway Pundit)의 기사를 인용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허리케인 밀턴 관련 백악관 브리핑에서 “너무나도 멍청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에 허리케인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유포한 계정들 대부분이 ‘블루체크’ 표식을 달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계정들은 과거에도 정치적 폭력, 코로나19 팬데믹, 전쟁 등과 관련한 실제 사건들이 조작됐다거나 조작됐음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다수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게시물에 공감하거나 동의하는 댓글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X에는 위조된 AI 콘텐츠와 관련해 설명이나 맥락을 추가하는 ‘커뮤니티 노트’라는 기능이 있지만, 사용자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은 더 이상 제공하지 않고 있다.
BBC는 “과거에는 블루체크 표식이 해당 계정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의미였으나, 일론 머스크가 옛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로는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블루체크를 구매하면 알고리즘에 더 많이 노출되고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좋아요·팔로워·조회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인 정보가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고 있으며, 이런 종류의 허위 정보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쳐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방송은 우려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