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무안공항서 혼자 봉사한 초등생이 한 말

박지혜 기자I 2025.01.17 13:23:37

수원서 ''제주항공 참사'' 무안까지 달려간 전시윤 군
수원시장 "아들 참 잘 키우셨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비통했던 항공 참사 속에서도 진주처럼 숭고하고 은은하게 빛났던 순간이 있다”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이 지난 16일 SNS에 “‘작은 거인’이 수원시청을 찾아왔다”며 남긴 글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무안국제공항에서 봉사활동 한 전시윤(12) 군에게 경기 수원시가 표창을 수여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사진은 전 군(오른쪽)과 이재준 수원시장 (사진=이 시장 SNS)
이 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나눔, 정성의 현장들이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봉사자가 한 명 있었다”며 전시윤(12) 군을 언급했다.

수원 파장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전 군은 지난 4일 혼자 버스를 타고 4시간 30분을 달려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서 쓰레기를 줍고 분리배출 안내문을 만드는 등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 시장은 “전 군이 수원시청을 찾아왔다. 무안도 혼자 갔는데 시청쯤이야 식은 죽 먹겠지만, 이런 아들을 키워내신 부모님이 너무 궁금해 함께 모셨다”며 “목소리는 아직 앳된데 생각의 깊이는 어른 뺨친다”고 전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전 군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불러 주셔서 영광”이라며 “일반적인 봉사가 아니라 슬픔을 나누고 온 봉사”라고 말했다. 이에 이 시장은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전 군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어르신 주간보호, 무료급식 등 37회에 걸쳐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이재준 수원시장 SNS
전 군은 뉴스를 통해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하고 부모에게 봉사활동 의지를 나타냈고, 함께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전 군 어머니는 “혼자선 안 된다”고 말렸다.

하지만 전 군은 끝내 허락을 받아냈고, 부모의 배웅 아래 수원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터미널로 향해 환승한 뒤 무안공항을 찾았다.

정오 전에 도착한 전 군은 오후 5시 30분까지 봉사활동에 나선 뒤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 군은 “이번 참사로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고, 유가족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며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현장에 가니까 훨씬 슬펐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혼자 시내버스를 잘 타고 다녀서 무안까지 가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힘든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원시는 최근 전 군에게 시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 시장은 “수원의 미래가 밝다. 지금 모습 그대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존재로 자라 주길 기도한다”며 “시윤이 부모님! 아들 참 잘 키우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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