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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낙태 전면금지…“헌법적 권리에 대한 공격”
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주 대법원이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시행을 결정했을 때, 일부 엄격한 낙태 반대자들조차도 놀랐다고 보도했다.
일명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기인 6주 이후로 앞당기는 것이 골자다.
NYT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4주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6주는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지적하며,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렸다고 봤다. 미국시민자유연합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낙태를 택한 여성의 85~90%는 최소 임신 6주 이후에 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근친상간이나 강간 등 원치 않는 혹은 범죄 행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텍사스의 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의 이 지나친 법은 주제넘게도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례가 없는 헌법적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텍사스 정부가 이 법으로부터 격리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생식권리센터 등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들도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제제한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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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여성들 원정낙태…사회 갈등 우려
낙태 수술을 받으려고 하던 여성들의 혼란은 더욱 컸다. 낙태 병원의 콜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고, 일부 여성들은 주 경계를 넘어 ‘원정 낙태’에 나서기도 했다.
휴스턴의 한 낙태 병원은 임신 6주가 지난 여성들에게 텍사스주를 떠나야 한다며 휴스턴에서 차로 7시간 30분 가야 하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낙태 클리닉을 안내했다.
텍사스주의 새 낙태 제한법이 감시의 책임을 시민에게 넘기면서 사회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 정부가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낙태 시술 병원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는 최소 1만달러(약 1160만원)를 지급한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신 23~24주 정도의 시점까지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법률이 미 수정헌법 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명시했다. 이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