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사관의 이른바 ‘갑질’을 참다 못한 부대원들은 그의 욕설과 막말, 모욕성 발언 등의 사례를 모았다. 한 장교는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징계 중 가장 낮은 ‘견책’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휘관은 유예를 시켰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를 다시들여다 봤다. 결론은 ‘문제없다’는 이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데일리가 9일 입수한 A부사관 비위 내용 관련 문건에는 형사 입건해 따져볼 여지가 있는 사례를 포함해 총 21건의 혐의가 적혀 있었다. 이는 지휘관인 대대장이 받아본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다. 여기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와 사건 발생 시기 및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군 법무관들은 적시된 혐의가 사실일 경우 부대 내 징계 조치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모 부대 법무실장은 “상관모욕죄와 모욕죄 등을 적용해 수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판단한 다른 부대 법무실장 역시 징계 이상의 혐의를 14건, 이중 7건을 형사사건 혐의로 봤다. 또 다른 부대 법무실장은 모든 사안에 대해 형사 입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A부사관은 공개 석상에서 모 대위를 향해 “대대장이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해라. 대대장이 시키면 새끼 대장이 설쳐줘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장교로 임관했으면 그 ㅇ끼 어떻게 해버렸을텐데”라고 발언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 선배 부사관인 행정보급관들을 지칭하며 부대원에게 “무능력하다”고 험담한 사례가 적시돼 있다. 모두 상관모욕 혐의다.
후배 부사관과 병사들에 대한 욕설과 막말 부분도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후배 부사관에게 했다는 “씨ㅇ, 꺼져” 등의 발언은 징계 사유지만, 주위에 사람이 있었다면 모욕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
|
그러나 국방부는 직무감찰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인 A부사관의 진술서를 받지 않은 것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의뢰 조차 하지 않았다. ‘하극상’ 의혹 부사관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에 국방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앞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육군 모 부대 준위가 상급자인 중위를 향해 ‘전쟁나면 죽으세요’라는 언급으로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