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이 러시아에 ‘냉전 이후 최고강도의 제재’를 단행하면서 중국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러시아가 달러화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 위안화 거래를 늘려 중국의 위안화 기축 통화 야망 실현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국영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화 독재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와 루블화로 러시아가 생산하는 석유·가스 거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생산하는 천연 가스의 30%를 수입하며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 소비시장이다. 그러나 유럽이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자 러시아는 다른 수출 활로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중국 에너지 시장 진출·확대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에너지 수출 관련 여러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직접 거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6월엔 러시아 4위 석유 공급 업체 가즈프롬네프트는 중국기업들과 석유 거래에서 결제통화로 미 달러를 버리고 위안화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 등과 손잡고 달러 기축통화 흔들기에 나선 적이 있다. 러시아는 최근 경제 제재로 달러 이탈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러시아는 과거에는 위안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우는데 견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루블-위안화 직접 거래는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최근까지 러시아 기업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면서 급속도로 거래가 늘었다. 두 통화의 직접거래량은 9월 3억700만달러에서 지난달 12억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10월16일 당일에만 2억450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연간 무역액은 지난해 기준 9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 간 무역액의 2배를 웃도는 것이다. 이브게니 카브리레노코프 스베르뱅크 소속 통화 분석가는 “두 국가간 위안화-루블화 직접 거래에 대한 수요가 많고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앤디 시먼 스트라톤스트리트캐피털 펀드 매니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증진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 통화는 내년말까지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화폐 3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증진은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니 얀 스탠다드 차터스 인민화 솔루션 부문 총괄은“러시아 기업들은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데 관심이 많다”며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화에 비해 아직 위안화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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