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수도 마닐라 말라카냥궁(필리핀 대통령 집무실)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두 나라가 특별 양자관계를 설정한 건 1949년 수교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이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지원한 걸 언급하며 “양국 관계 발전은 이처럼 이렇게 피로 맺은 우정에 기초를 둔 것”이라면서 “우리 두 정상은 오늘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양국 관계는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다”며 “공동 가치에 기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또 혈맹에 기반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으로 11년 만에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필리핀과의 경제·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인프라 분야에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통해 도로·교량 등 필리핀 대형 인프라 사업에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필리핀 인프라 사업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에 나서기로 필리핀 에너지부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데 바탄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된다면 한수원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필리핀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안보 협력도 강화된다. 두 나라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문에서 “호혜적인 국방·안보 협력을 도모하고 전통·비전통 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 기존 국방협력 협정에 따른 양자·다자 차원의 연합훈련과 교육·훈련에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게 정부 기대다.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관해 양국 정상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며 평화와 번영을 저해하는 남중국해 상에서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했다. 중국이 공동 훈련 등 한국과 필리핀 간 안보 협력에 반발할 가능성에 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내 평화와 해양 질서 확보를 위해서 충분히 명분이 있는 훈련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북핵 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인식을 윤 대통령과 공유하며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인 8·15 통일 독트린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