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黃 연달아 만난 김기현…겉으론 원팀·속으론 진실공방

김기덕 기자I 2023.03.14 15:55:00

김기현, 안철수·황교안 연이어 회동해 협력 강조
총선 승리 위해 원팀 강조했지만 '동상이몽'
安, 특위위원장직 고사…黃 “투표 검증 필요”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네거티브전을 벌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만나는 원팀 행보를 이어갔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역대 전례 없는 고소전을 벌일 정도로 극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컸다. 겉으로는 내년 총선을 위해 원팀으로 함께 갈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지만 속내는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전당대회 부정 선거 문제 제기, 특위 위원장 고사 등 행보를 감안하면 아직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황 전 대표와 오찬을 진행했다. 전날 안 의원과도 국회 인근 한 카페에서 회동을 가졌다. 당대표 취임 일주일도 안돼 외부 공식 일정으로 당권 경쟁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던 후보들을 만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연쇄 회동은 김 대표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만남 이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김 대표는 황 전 대표와 오찬에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민생 문제 해결, 정당 가치 회복 등에 의견을 같이 하며 앞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당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우스 카페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울산 땅 투기 의혹,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김기현 후보 지지 단톡방 참여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며 당대표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당시 경찰에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또 안 의원 역시 김 대표를 노골적으로 도와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등 전당대회를 고발전으로 얼룩지게 했다.

현 집권여당 지도부의 최대 과제인 내년 총선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의원은 전날 김 대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당심 100%로 뽑았지만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히는 것”이라며 “정말 당의 역할이 중요하고, 제대로 된 민심을 용산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가장 관건인 수도권 총선 승리에 대해서는 “민생을 반영 못하는 정부는 항상 실패했다. 대통령과 민심이 떨어져 있을 땐 그 점을 지적하고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자리에서 김 대표는 안 의원에게 과학기술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 해당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이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대표도 김 대표와의 협력과는 별도로 본경선 투표의 조작 가능성을 문제삼으며 해당 의혹에 대해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당대회 투표가 모바일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치러졌는데 실시간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 투표인 수가 특정 시간대에 똑같은 숫자로 연달아 끊어졌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경선에 맞지 않는 이상한 투표결과가 나와 이를 검토 중에 있다. 모든 검증이 끝나면 자세한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선 “불법이나 잘못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충분히 문제 제기했으니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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