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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독일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이 위협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러시아의 진짜 목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영토 확보만이 목표가 아니다.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열린 사회를, 유럽 통합의 성공을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 곳곳에선 러시아나 러시아 동맹 세력 소행으로 지목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8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미수에 그친 드론 공격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앞서 올해 초엔 본 주재 러시아 영사관과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원을 폐쇄했다. 이에 러시아도 독일 괴테 인스티투트(독일 문화원) 지부들을 닫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양국 관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 권위주의 체제와 유럽연합(EU)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 긴장은 10년 넘게 꾸준히 커져 왔다. 2014년 러시아의 첫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가 EU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고, 이후에도 러시아 세력이 각국 제도를 약화하려 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렁에 빠지자 크렘린궁은 EU 회원국을 시험하거나 도발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공격의 횟수와 강도를 높여 왔다.
독일 연방정보국(BND) 수장도 이달 초 독일이 러시아와의 ‘그림자 전쟁’에서 주요 적국이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위협이 “새롭고 더 위험한 성격”을 띠게 됐다며,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폭력적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 및 미국 외 동맹국들과 함께 미국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의 국방·장비 비용을 대고 있다며 “우리 예산에 정말 큰 부담이고, EU에도 정말 큰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를 해내고 있으며, 이 끔찍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새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들면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의 필수 통신망인 스타링크 속도를 고의로 늦추고, 가뜩이나 부족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인도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패트리엇은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악몽이 된 탄도미사일을 막는 무기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희생시켜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합의한 뒤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이 대러 제재를 더 강화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제한된 물량의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늦게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새 대러 제재법 일부를 면제하겠다고 밝혀 공화당 내 반발까지 샀다.
유럽 정상들은 양국 갈등을 진정시킬 방안을 찾고 있지만, 미국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떠받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당분간 대러 제재를 유지하고 평화협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줘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방공망과 정보 공유를 당장 대체하긴 어렵다. 여러 나라가 치열한 선거철을 앞둔 것도 부담이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안정된 유럽, 세계 무대의 파트너로서 EU는 미국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더 독립적인 국방 체제를 갖추기 위해 개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경종을 듣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에서 경쟁하고 독자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위치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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