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일주일째 미국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의회 설득에, 외부적으로는 뿔 난 중동국가들 달래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팎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애쉬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늦게 이스라엘에 도착해 21일까지 2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 14일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미국 행정부의 장관이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카터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을 설득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 동맹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활동에 제한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필요하다면 이란에 대해 군사력을 쓸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번 핵협상은 이 지역의 불확실성과 위협, 위험요인을 없앨 수 있는 좋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이어 21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방문해 이란 핵협상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핵협상을 주도했던 존 캐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다음 달 초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회담을 가진다. 사우디를 포함해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의 대표와 만나 핵협상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를 통해 설정한 어젠다를 기초로 오는 9월 유엔 연례 총회 즈음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중동지역 수상들과 만난다.
이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 핵협상에 반발하는 중동 국가를 달래기 위한 것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핵협상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역사적인 실수”라며 “이란 테러 머신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대신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핵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로비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로서도 딜레마에 봉착한 게 사실이다. 추가 군사지원을 거절한 것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또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핵협상을 명문화할 때 미국이 제시할 기초안이나 합의안에 입김을 넣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도레 골드 외무부 국장은 “앞으로 이스라엘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 내 반대를 넘는 것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안을 19일 의회에 보냈다. 미국 의회는 20일부터 60일간 이란 핵합의문을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상원과 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현재 공화당은 이란 핵협상에 대해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지지 호소에 나섰다. 주말 이례적으로 조 코트니(코네티컷), 에드 펄머터(콜로라도), 존 야무스(켄터키) 하원의원 3명과 골프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아울러 의회에서 이란 핵협상안이 부결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로비력에 정평이 나 있는데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일부에서도 이란 핵협상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어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