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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를 직접 설치했던 유족들은 분향소에 대한 행정대집행 방침을 버리고 분향소 운영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들은 “분향소 설치는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며 상당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독촉하듯 계고처분을 하는 것도 절차적 하자가 분명하다”며 “분향소는 시민의 이동권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치돼 있고, 행정대집행이야말로 오히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서울시가 오늘 오후1시에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유가족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날 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오늘은 아이들을 반드시 서울광장에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100일이 넘도록 사과를 안 하고 영정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에서 유가족 없는 상황에서 조문을 했다. 누구를 위한 조문이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바라는 건 시민과 함께 하는 추모 공간이며, 이곳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될 때까지 시민 여러분 도와달라”고 말했다.
유가족 10인은 공동 호소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왜 유가족을 범법자로 낙인 찍고 국민과 갈라치려고 하는가”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번도 협의회와 대화하지 않고 우리와 소통했다고 조작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그 어떤 구속에도 유가족은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권의 몰상식한 행동에 시민 여러분들이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인 남인순 의원도 자리해 “오늘 유가족과 시민이 마련한 분향소를 철거한다고 하는데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서울시는 입맛대로 분향소 사용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참사 직후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면 유가족과 부상자, 희생자가 회복될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한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오후 2시가 지난 현재 현장에선 강제철거를 위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