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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회장은 광주사업장 내 위치한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교육생들을 만나 격려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취소됐다. SSAFY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삼성의 대표적인 ‘동행’ 프로그램이다. SW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정부와 함께 청년들에게 양질의 SW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취업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은 가전사업 현장을 점검한 데 이어 지역 소재 협력사 ‘디케이’를 방문했다. 이 회장은 디케이의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고 강조했다.
디케이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1994년부터 28년간 거래해온 협력회사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의 철판 가공품 등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할 당시 디케이의 매출은 약 7억50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52억원으로 287배 성장했다. 10명이던 직원은 773명으로 77배 늘었다.
취임식이나 임직원 메시지도 없이 협력사를 방문한 이 회장의 취임 첫 행보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이었던 ‘사회와의 동행’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후 첫 행보로 협력사를 찾은 건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인 ‘우리 사회와의 동행’ 실천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SSAFY 방문은 비록 취소됐으나 취임 다음날 방문할 정도로 이 회장 관심이 높은 만큼, 이 역시 이 회장의 동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그간 동행의 철학을 삼성 경영의 축으로 삼아왔다. 회장 취임날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는 “삼성은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때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내부 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상생은 비용이 아니라 성장전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원자재 가격이나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단가에 반영해야 중소기업이 혁신을 할 수 있고, 그 혁신이 바로 우리 미래 경쟁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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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사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며 거래대금 지급 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또 2017년에는 1·2차 협력회사간 거래대금 지원용 물대지원 펀드를, 이듬해에는 3차 협력회사 전용 물대지원 펀드를 각각 500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협력회사간 거래대금이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무이자 대출을 지원했다.
아울러 1·2차 협력사의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2018년에는 3차 협력사 전용 상생펀드를 4000억원 규모로 추가 조성하기도 했다.
기술면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미거래 중소기업에게도 개방해 지난달까지 1900여건을 무상양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공동투자형 기술 개발사업’에 기금을 출연해 약 2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도 중기부와 함께 300억원의 신규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이를 토대로 차세대 기술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술 확보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인재양성을 위해서 ‘상생협력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는 협력회사 직원들에게 삼성 임직원 교육과정에 준하는 교육을 지원하고 인재 채용도 돕는다. 현재까지 교육프로그램을 받는 협력사 직원은 16만명에 달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생산성 저하, 불량 등 협력사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공장운영 최적화와 제조·품질 혁신도 지원한다. 또 삼성전자의 원가 혁신 사례를 협력사에 전수해 원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년간 전액 무상으로 1600여개의 협력사에 이 같은 컨설팅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협력사 제조현장의 공장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과 세계적 과학기술인 육성을 목표로 1조5000억원을 출연한 연구지원 공익 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