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원의 촉]윤석열 운명의 1주일, 팩트 나오고 홍준표 더 오르면 위험

선상원 기자I 2021.09.07 14:12:29

윤 전 총장, 6월말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최대 위기
고발 사주 의혹 전면 부인, 여권 조작설 제기 역공
검찰 조사 결과, 손준성 검사 관여 드러나면 타격
지지율 유지하면 돌파, 보수층이 대안 찾을 수도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말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주 120시간 근무나 민란, 후쿠시마 방사능 발언 등으로 자질 논란이 일면서 맞았던 것과는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돌려세우며 돌파했다.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윤 전 총장이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 정치인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의 브랜드인 공정과 상식이 뿌리채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의 조작설 등을 제기하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날 윤 전 총장을 면담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일 CBS 라디오에 나와 “본인은 ‘떳떳하다, 부끄러운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윤 전 총장은 ‘(고발장) 양식 같은 경우도 검사가 쓴 것이 아닌 것 같다’ 정도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떳떳하다고 하지만, 검찰총장 시절 측근이었던 손준성 검사 등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손 검사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의 일탈행위에 대한 지휘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손 검사는 “자신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 의원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손 검사 개인 일탈행위로 드러나면 타격 크지 않아, 결국 여론이 좌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 등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때 손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전달한 것 같다”며 “(당시 당에) 그냥 전달한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전달했다고 인정하면서 검찰의 진상조사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한 대검 감찰부는 손 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들을 확보해 손 검사가 실제로 해당 고발장 작성 등에 관여했는지 조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와 전산망에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손 검사 혼자 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의혹은 검찰조직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필요하다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손 검사 개인의 과잉충성으로 마무리되면 윤 전 총장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고발장이 윤 전 총장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라 지속적인 의혹 제기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윤 전 총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정치적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후보직 사퇴로 내몰릴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운명은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층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실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들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믿는다. 거짓말도 믿어주면 그대로 가는 것”이라며 “결국 여론이 좌우할 것이다. 지지율이 빠지지 않으면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릉=뉴시스 김경목 기자] 6일 오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 한달 새 5.9%포인트 하락, 홍준표 9.5%포인트 올라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고 대안으로 홍준표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층이 윤 전 총장에 열광했던 이유는 정권교체 때문이다. 만약 홍 의원으로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가족 리스크에 본인 리스크까지 불거진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것이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28.0%)에 이어 26.4%로 2위를 달렸다. 그 다음으로 홍 의원 13.6%, 이낙연 전 대표 11.7%순이었다. 지난 7월말 국민의힘 입당 당시 조사에서 32.3%에 달했던 적합도가 한 달여만에 5.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홍 의원은 4.1%에서 13.6%로 9.5%포인트 올랐다.

특히 20~30대 지지율이 각각 26.3%, 19.5%로 윤 전 총장을 3~11.2%포인트 앞섰다. 부산경남 지지율도 21.5%로 윤 전 총장의 21.4%를 근소하게 앞섰다. 7월말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41.2%로 홍 의원보다 35.8%포인트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도 68.1%에서 52.4%로 하락했다. 대신 홍 의원은 7.0%에서 23.9%로 세 배 넘게 늘어났다. 보수층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윤 전 총장은 48.5%에서 40.2%로 하락했고 홍 의원은 8.0%에서 22.4%로 올랐다. 결국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각각 28.2%, 26.3%로 딱 붙었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 ARS 조사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면 고발 사주 의혹을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향후 1주일이 중대 분수령으로 윤 전 총장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팩트가 나오면 윤 전 총장이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에 역풍이 몰아칠 것이고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다. 보수층이 윤 전 총장이 아닌 것 같다고 여기면 보수의 본류인 홍준표 의원에게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홍 의원도 안되겠다고 생각하면 유승민 전 의원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젊은층과 중도층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했다.

고발사주 의혹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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