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 사망률 더 높은 이유

장영은 기자I 2022.01.21 15:15:23

美 통계 연구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
초기엔 생물학적 차이 의심했으나 행동 요인이 더 커
뉴욕서 방역지침 시행 후 남녀간 사망률 차이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남성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인 차이라기보단, 성별에 따른 직업 유형·행동 패턴 등의 차이가 남성의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AFP)


◇미국 전역 통계 조사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률 높아

하버드대 젠더과학(GenderSci) 연구소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미국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DC의 코로나19 통계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남성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발병률 자체는 남녀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전체 인구 대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비율에선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사망하는 비율은 남성이 높은 지역이 많았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와 로드아일랜드 등 2개 주에서는 여성 사망률이 다소 높았고, 코네티컷 등 9개 주에선 남녀의 사망률이 비슷했다. 11개주를 뺀 나머지 지역에선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성별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는 생물학적인 요인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남녀의 유전자와 호르몬, 면역체계 차이가 코로나19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 초기 일부 과학자들은 남녀의 코로나19 사망률 차이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며,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주사나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차단제 등을 사용하는 치료가 남성의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19 사망자 추이는 단순히 성별의 차이가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사망률이 생물학적인 차이에 기인한다고 보기엔 주별로 다르게 나타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사회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노출과 사망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사진= AFP)


◇사회적 요인이 사망확률 키워…“세부 데이터 필요”

감염자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보단 △직업의 유형 △행통 패턴 △기저질환 등 건강문제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하버드대 연구진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남성은 대중교통, 생산공장, 육가공 설비, 농업 및 건설 분야 등 코로나19에 도출되기 쉽고 사망률도 높은 직업군에 종사할 가능성이 크다. 제소자나 노숙자 중 남성의 비중이 높은 점도 사망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여성이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사회적 거리 지키기 등 방역지침을 더 잘 지키는 점이 감염뿐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위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의 사례는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뉴욕은 코로나19 발생 후 첫 6주 동안 남성 사망자가 현저히 많았지만, 강력한 방역 지침을 시행하면서 남녀의 사망률 차이가 확연히 줄었다.

다만, 성별에 따른 영향을 조금 더 정확히 분석해 내기 위해선 인종, 소득, 교육 수준과 같은 더 세분화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연구를 이끈 사라 리처드슨 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남성의 기대 수명이 여성보다 낮았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여전히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가 코로나19 증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남성이 위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새브러 클레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코로나19처럼 복잡한 질병에 따른 사망의 경우 모든 것이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모든 것이 사회적, 행동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사회적 거리 지키기 등 방역 수칙을 더 잘 지키는 경향이 있는 점도 여성의 사망률을 낮췄을 것으로 추측됐다.(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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