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폭스바겐 2심서 벌금 11억원으로 대폭 감경

이성웅 기자I 2021.09.03 16:03:39

재판부 "한국지사는 본사가 설치한 이중 소프트웨어 인식 못해"
박동훈 전 AVK 사장 징역 2년→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업무상 번거로움 피하기 위한 시험성적서 위·변조 혐의는 유죄 유지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판매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성정적서를 조작하고 허위·과장광고 등 혐의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가 2심에서 1심보다 대폭 줄어든 벌금 11억 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한국지사인 AVK와 그 임직원들이 독일 본사에서 엔진제어장치(ECU)에 설치된 이중 소프트웨어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진=폭스바겐)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재판장 김용하)는 대기환경보전법 및 관세법·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VK와 박동훈 전 AVK 사장, AVK 인증 담당 임원이었던 윤모 씨 등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벌금 260억 원을 선고 받은 AVK 법인에 벌금 11억 원,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박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른바 ‘디젤게이트’ 사태를 촉발시킨 자동차 제조사다. AVK는 지난 2008~2015년까지 배출가스 기준을 불충족하는 폭스바겐·아우디 경유차 15종 총 12만 대를 수입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차들엔 배출가스를 통제하는 ECU에 이중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증시험 모드에서 유해물질을 덜 배출하고 실주행에선 본래 성능대로 유해물질을 배출하도록 설계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이중 소프트웨어 탑재를 AVK와 임직원들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한국 지사에 불과한 AVK가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ECU 프로그래밍은 자동차 제조사 기술의 핵심이고 임의설정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폭스바겐 본사가 시인함으로 인해 밝혀졌다”며 “피고인들이 ECU에 직접적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AVK가 자체적으로 파악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등은 독일에서 보낸 설명을 그대로 환경부에 제출했을 뿐이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들이 유로5 배출오염 기준을 위반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프트웨어 조작에 따른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에 따른 관세법 위반 혐의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도 무죄가 됐다.

다만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 사문서 위·변조 혐의 등은 원심과 동일하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동일한 차량에 대한 성적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자 업무 상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변조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윤씨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관계법령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시험성적서를 변조해 공무집행을 방해했고 소비자 신뢰를 져버렸다”며 원심 징역 1년보다 무거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씨가 기존에 받은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밖에 인증 담당 직원 홍모 씨 등 3인에 대해선 원심과 동일한 형량을 유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