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RXH와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분명 유럽 태생이지만 한국 시장이 말하는 유럽, 즉 독일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두 차량의 등장은 말 그대로 독일이 아닌 또 다른 유럽이 제시하는 실용적인 크로스오버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연 두 차량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올 로드 그랜드 투어러’와 ‘올 로드 스페셜리스트’
푸조는 508RXH를 공개하며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해 더욱 스마트해진 모델이라며 ‘올 로드 그랜드 투어러’라는 명칭을 앞세웠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왜건’의 속성을 담아 냈다고 하기엔 자신감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물론 왜건 모델인 푸조 508SW이 이미 론칭한 상태기 때문에 508RXH와 508SW의 이미지 중첩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반영 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V60 크로스컨트리는 막상 기존의 V60과 비교 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사이드 스커트를 새로 다듬고, 지상고를 높이는 등 ‘올 로드 러너’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V60’이라는 큰 그릇을 벗어나진 않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차량 곳곳에 남겨진 크로스컨트리의 존재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두 차량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508과 V60에 담긴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508RXH의 경우 간결하면서도 대시보드와 실용적인 센터페시아의 조합으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실용주의를 느끼게 한다. 물론 기존 508이나 508SW 대비 실내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새로운 모델’이라는 기대감이나 설렘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V60 크로스컨트리도 마찬가지다. 크로스컨트리라는 별도의 라인업이긴 하지만 그 역시 V60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인 만큼 기존 V60 및 다른 볼보의 차량에서 선 보인 실내 공간과 같은 레이웃과 구성을 갖췄다. 물론 간결하고 담백한 우드트림과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울여 놓은 센터페시아는 다시 봐도 반가운 존재다.
508RXH는 푸조가 자랑하는 친환경, 고효율을 지향하는 블루 HDI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2.0L의 배기량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물론 6단 자동 변속기와 호흡을 맞춰 복합 기준 12.7km/l의 공인 연비를 달성했다. 전체적인 출력이나 효율성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면모를 보인다.
공간과 드라이빙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508RXH
푸조 508RXH는 강인한 외모와 달리 차량 전반의 움직임은 여느 푸조의 움직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늘 1.6L 엔진에 익숙해졌던 탓에 푸조의 2.0L 디젤 엔진의 강력함이 제법 강렬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다소 크게 느껴지는 차체를 경쾌하게 몰아 세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전반적인 차량의 특성을 고려 해보면 푸조 508RXH는 높은 지상고를 앞세워 어떤 노면에서든 과감한 드라이빙을 하기 보다는 어디든 여유롭고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과감한 드라이빙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지만 머리 위의 파노라마 루프를 생각해본다면 RPM을 끌어 올리는 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 느껴진다.
커피 한 잔과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푸조 508RXH와 달리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는 타이트하고 견실한 주행을 앞세운다. 우선 2.4L 디젤 엔진에서 발산되는 190마력과 44.8kg.m의 토크는 매력적이다. 발진 가속이나 추월 가속에서 맹렬하게 RPM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이으면 ‘드라이브-e의 도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508RXH 보다 강인한 차체와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은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완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실제로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를 운전하고 있으면 ‘정말 기계적인 움직임’이라는 느낌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견고한 만큼 브레이크에 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아 우수하고 지속성이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다.
푸조 508은 ‘올 로드 그랜드 투어러’에서 올 로드 보다는 투어러에 의미를 강조해 차량의 움직임 역시 여유롭게 표현했다. 물론 여유로움 보다 꽉 짜여진 느낌의 반응하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508RXH가 추구하는 시장의 성격과는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푸조 508RXH는 전반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차량의 포지션과 담당하는 시장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한 모습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다소 터프하면서 견고한 고유의 이미지를 살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언제 어디서나 볼보에 담긴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최적의 움직임을 완성할 수 있는 ‘올 로드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이 결코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당신은 과연 두 존재의 이야기 중에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