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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직 갈 길이 멀다”.
‘극공작소 마방진’을 이끌고 있는 고선웅 연출(47)의 극단 창단 10년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극작가 겸 연출가인 고선웅 연출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창단 10주년 기념 연극 ‘홍도’ 기자간담회에서 “감회랄 것이 없다. 이제 갓 면허를 딴 정도”라며 마방진의 창단 10돌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고 연출은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했지만 함량 미달이었던 것 같다. 이제서야 극단에 내공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안정적인 운영체계가 생겨 비로소 연극을 준비하면 좀 단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재공연이 가능한 작품들이 많아야 프로덕션도 안정을 찾고 작품의 재생산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하고, 또 잘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고 연출의 나이 서른 여덟. 2005년 마방진을 만든 후 이듬해 창단작 ‘모래 여자’를 필두로 ‘마리화나’ ‘강철왕’ 등 화제작을 연달아 발표했다. 2010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각색한 ‘칼로 막베스’로 온갖 연극상을 휩쓸며 2011년 ‘푸르른 날에’로 더 큰 찬사를 받았다. 한해 두 해 겪으면서 시행착오도 거치고, 마방진의 흐름이 생겼단다.
그는 “작품을 하다보니 어렵고 복잡한 것은 좀 가짜인 거 같더라. 쉽지만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미학적 성취까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일단 쉬운 대중극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5년 가량 경기도립극단 예술단장을 맡았던 경험이 컸다고 했다. “지방 순회 공연이나 무료 공연을 하다 보면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관객과 만난다. 중간에 그냥 나가는 관객부터 중간에 전화받거나 수다 떠는 관객도 봤다. 그때 느낀 것이 복잡하면 관객이 못 따라오는 구나, 쉬우면서도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연극 ‘홍도’를 꼽았다. 고 연출은 “맨 마지막에 나온 작품이 작년 초연한 ‘홍도’다. 마방진의 성장과정과 변화를 잘 보여주고, 내가 추구하는 연극관에 가장 근접한 연극이다. 쉬우면서도 구성이 탄탄하다. 또 이 시대에도 순수와 순정이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홍도’는 ‘홍도야 우지마라’로 유명한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기생 홍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그리고 뮤지컬 ‘아리랑’까지 기발한 상상력과 맛갈나는 언어유희가 장기인 고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한’과 ‘정’이라는 과거의 정서를 담아내면서도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초연 당시 공연장(구리아트홀)-상주극단(극공작소 마방진)의 공동제작 모범사례로 꼽히며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쥔 수작이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는 말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또 점차 쟤는 원래 저렇게 (연극)하는 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방진의 팬도 있다”며 웃었다. 한편 마방진은 ‘홍도’와 함께 10주년 기념으로 ‘강철왕’도 선보인다. 가족·사회·국가라는 틀 속에서 끊임 없이 고통 받는 주인공 왕기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14~30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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