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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중동 충격이 韓 성장률 0.9%p 낮춰 …올해 1.9%에 못 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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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6.05.05 12:00:06

ADB, 중동 위기 장기화에 경제 전망 업데이트
"반도체 호황에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아 성장 하방 압력 커"
고유가 시나리오서 올해 한국 GDP 0.9%p 하락…내년까지 영향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엔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위치

[사마르칸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동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1.9%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깜짝’ 성장률 발표 이후 국내외 기관에서 잇따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는 가운데 중동 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경고음이 나온 것이다.

앨버트 박 ADB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 힌국은행)
‘더 오래, 더 비싼 유가’ 기준 시나리오 자체가 바뀌었다

앨버트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기자단과 만나 “중동 충격과 1분기 반도체 호조를 결합한 정식 전망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면서도 “중동 분쟁이 반도체 수요에 대한 공급 대응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반도체의 예상 밖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성장률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수정경제 전망에서 제시한 1.9%보다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기관 및 증권사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에서 3%까지 높여잡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ADB는 이날 국내 취재진에 중동전쟁 장기화를 반영한 최신 분석을 공유했다. 중동 분쟁이 곧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될 것이란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망 충격과 물가 압력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기준 시나리오에서 평균 국제유가는 올해 배럴당 96달러, 내년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다. 중동 분쟁 전인 올해 1~2월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69달러 수준이었다. ADB는 이에 더해 분쟁이 재격화되고 에너지 인프라 추가 파괴가 발생하는 ‘심각한 하방(severe downside)’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이 경우 유가는 잠시 200달러를 넘나들며, 올해 평균 150달러, 내년 14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ADB의 글로벌 모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새 기준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기존 전망 대비 올해는 0.9%포인트 내년에는 0.5%포인트 각각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중동 사태에 따른 영향만을 고려한 것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성장의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란 게 ADB측 입장이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라스 라판(LNG 액화 시설) 폭격처럼 전 세계 가스 액화 능력의 17%가 타격을 받은 상태”라며 “복구에 3~5년이 필요한 중동 인프라 피해를 감안하면, 분쟁이 끝나도 공급측 제약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당분간 고유가·고에너지 가격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사이클 더 갈 것…스태그 우려에선 韓 비교적 안전”

인공지능(AI) 투자 수요에 힘입은 반도체 사이클이 한국 성장에 강력한 순풍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 과열과 중동 분쟁이 길어질 경우 생산 능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짚었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반도체 사이클은 보통 몇 년 지속되는 순환적 패턴이었지만, 이번에는 AI라는 구조적 요인이 중심이라 더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압둘 아비아드 ADB 이코노미스트는 “AI, 특히 데이터센터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가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구조적 방향은 확대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중동 위기 장기화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ADB는 “분명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충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교과서상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마이너스 성장인지, 단지 낮은 성장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중동 사태는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라며 “다만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 성숙한 제도, 강한 중앙은행을 갖고 있어 이런 도전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DB는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의 출처가 비교적 명확하고, 분쟁이 완화되면 가격이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1970년대형 장기 스태그플레이션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단기적 고통은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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