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사건팀] “오후에 반차내고 아이를 데리러 올 생각이에요. 맞벌이인데 마냥 반차를 쓸 수도 없고 유치원을 옮겨야 하나 싶을 정도에요.”
4일 유치원 새학기가 시작됐는데도 개학을 미룬채 돌봄교실만 운영하는 한 유치원에 자녀를 맡기고 나오는 한 워킹맘은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개학 연기를 강행한 첫 날인 이날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가슴 졸이는 `전쟁`을 치렀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한 유치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출근해야 하는데 유치원에서 돌봄교실만 운영하는 탓에 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직접 데려다 줘야 하니 불편하다”며 “그래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유치원에 마냥 화를 낼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자녀가 입학할 예정이었다는 한 학부모는 “지난주에 오리엔테이션까지 다 마쳤는데 갑자기 정규과정을 못하게 되면 아이의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유치원의 정책에 불만이 있다 해도 차선책이 없으니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혹시라도 상황이 심각해져서 유치원이 폐원하는 상황이 되면 큰일난다”며 “만약 폐원하게 된다면 비싼 영어유치원을 보내든가 해야 하는데 (아이가 둘이라)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다른 유치원을 알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개학 연기 명단에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포함돼 발을 동동 구르다 막판에 연기가 철회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부모도 많았다. 출근길에 아이를 등원시키러 왔다는 한 학부모는 “지난 2일 개학 연기 소식을 문자로 통보를 받았는데 유치원 수업도 못하고 방과 후 수업도 못한다고 해서 매우 당황했었다”며 “기약 없이 장기화하면 나나 아내나 둘 중 하나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어제 오후에 개학 연기가 철회됐다는 통보를 받아서 다행스러운 마음이었다”면서도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의 한 유치원 앞에서 만난 김모(33)씨는 “사흘 전에 입학연기를 통보를 받았다가 어젯밤 다시 연기가 취소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워킹맘이 아니지만 애를 둘 키우는 입장에서 유치원을 못 보내면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와 유치원 간 갈등 때문에 피 보는 건 아이들과 학부모”라며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유치원에서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온 40대 학부모는 “만약에 유치원 운영이 안 되면 우리 같은 맞벌이는 애 때문에 큰일”이라며 “결국 피해는 부모들이 보게 되는데, 가뜩이나 애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면 누가 애를 낳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학부모는 “최악의 경우 애를 데리고 회사를 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그나마 등원을 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유치원 간의 갈등에 대해선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생각이 엇갈렸다. 공공성을 위해 유치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도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립 유치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40대 고모씨는 “입학 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 수가 적은 것을 보고 정상적으로 등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정부와 유치원의 갈등이 계속될텐데 이는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론도 그렇고 학부모들도 사립 유치원이 투명하게 자금을 관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 공모(50)씨는 “민주주의 시대에 정부가 유치원을 국공립화하려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이렇게 되면 누가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