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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요즘 나는 자주 아프다. 최근 두 어달 동안에만 벌써 몇차례 잔병치레를 했다. 지난 12일 교대역 출입문 고장으로 인한 지연운행. 지난달 1일 서초역 출입문 고장으로 인한 지연 운행. 10월31일 열차 고장으로 지연 운행. 10월24일 낙성대역 출입문 고장으로 지연 운행. 9월30일 두 차례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승객들의 하차 소동.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들을 돌며 순환하는 내가 아픈 날엔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1980년 신설동 ↔ 종합운동장 개통 이후 현재는 서울 주요 거점 돌며 하루 244만 시민의 발
나는 서울지하철 2호선이다. 나는 강남 개발에 따른 강남과 강북의 연결, 그리고 형님인 1호선이 경유하지 못한 서울 주요 지역을 연결해보자는 목적으로 태어났다. 지난 1980년 10월 출생 당시 내 덩치는 지금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처음엔 신설동역과 종합운동장역 사이만을 오가다 2005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지금의 완성된 모습을 갖췄다.
요즘 말로 나는 지하철계의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서울의 핫 플레이스들을 꽉 잡고 있다. 건국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 주요 대학들은 물론 강남, 신도림, 을지로, 잠실 등 사람 좀 모인다 싶은 곳엔 내가 있다. 서울 도심의 주요지역을 순환하는 나는 그야말로 서울지하철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를 찾는 사람도 지하철 중에선 단연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나를 이용한 사람들은 하루 평균 244만 명으로 서울을 넘어 전국의 모든 전철 노선을 포함해 이용객 수 1위다. 이용객이 가장 적은 8호선이 29만명 수준이니 8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이렇다보니 만약 내가 없다면 서울시 교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내 소개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수라장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 내게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들이 잦아 많은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함을 줘서다.
시설·전동차 노후화로 잔병치레 잦아져…2022년까지 노후 전동차 460량 교체 계획
올해로 내 나이 서른 여덟,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해오다보니 굵직한 사고들도 겪었고 최근엔 잔병치레도 잦아졌다.
가장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고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강남역과 구의역 승강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다. 모두 2호선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꽃다운 청년 정비사들이 스크린도어에 끼여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지난 2014년 5월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신호기 고장으로 발생한 이 사고로 중경상을 입은 시민 388명을 포함해 약 1000명의 탑승객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였다. 이를 포함해 서울 지하철에서 지난 2014년~2017년 8월까지 4년간 발생한 사고와 운행장애는 총 43건이다. 그 중에서도 2호선인 내게 발생한 사고와 운행장애가 17건으로 전체의 40%라고 한다.
`훨씬 많은 것 같은데 4년 동안 겨우 17건?`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통계로 잡히는 지연운행은 10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만 포함하기 때문에 10분 미만의 지연운행까지 합치면 더욱 많다고 보면 된다.
사고와 운행장애 원인으로는 차량 부품장애가 32.6%, 신호설비 등 장애가 20.9%로 가장 많았는데 한 마디로 ‘늙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역사 내 시설과 운행되는 전동차가 노후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기준 1호선~4호선의 전선로(케이블) 총 4544km 중 69.5%에 달하는 3158km가 내구연한 10년이 넘도록 교체되지 않았고 변전 설비 42개소 중 47.6%를 차지하는 20개소, 전원장치 UPS의 24대(32.4%) 역시 내구연한이 지난 설비가 교체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연 운행이 될 때면 시민들에게 “너무 오래된 열차들이 아직도 많이 다닌다”거나 “2호선은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열차나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연착되는 것 같다”는 소리를 빠짐없이 듣곤 하는데, 말 그대로 반박불가인 상황이다.
시민들을 서울 주요 지역들로 적시에 운송해야 하는 서울 대표 지하철노선인 내 입장에서 여간 죄송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사실 나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진행되는 대수술 중에 있다. 계획대로 수술이 진행된다면 21년 이상 장기 사용했던 노후 전동차 총 460량이 새 전동차로 교체된다. 하지만 서울지하철(1~8호선) 전체의 시설 노후화 개선에 약 586억원, 전동차 교체에 2조 902억원 등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과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늘도 나를 타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바삐 이동하는 이들을 보면서 하루 빨리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