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조현오, 첫 재판서 혐의 부인…"경찰비난 대응활동 차원"

한광범 기자I 2018.12.14 13:42:09

"경찰 본연 임무라 생각…법리적 죄 성립 안돼"
"MB정부·여당 옹호, 야당 비난 지시 안했다"
''친정'' 경찰에 구속된 첫 전직 경찰 총수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경찰 댓글공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허위사실을 동원한 경찰 비난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조 전 청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직접 진술기회를 얻어 “저의 행위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찰에 대해 허위사실이나 왜곡된 사실로 비난하는 경우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에서 정치공작, 댓글공작을 했다는 구도하에서 계속 저를 몰아갔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질서유지를 위한 댓글활동을 제가 드라이브 걸어서 한 것은 있지만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이명박정부를 옹호하고 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을 비난하라고 한 적이 일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면 2011년 11월부터 12월까지의 이슈 188개를 주도했던 (경찰청) 계장이 검찰 조사에서 정부나 정부정책을 옹호했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불법적인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돼 있지만 그 180개 이슈 중 경찰 이슈가 아닌 게 없다”며 “그게 어떻게 정부를 옹호한 것이고 정치에 관여한 것인지 저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변호인은 “경찰공무원은 법에 따라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 이의가 있으면 이의제기를 하도록 돼 있다”며 “상관 지시 자체로 직무상 의무가 발생했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이버 공간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쓴 점은 인정했다. 변호인은 “원친적으로 신분을 다 밝히고 하는 걸 견지해왔지만 불법 과격시위가 횡행하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부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용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도 “댓글 내용 중에 조 전 청장 개인을 옹호하기 위한 댓글이 있다. 아무리 경찰청장이라더라도 인터넷의 익명 공간에서 개인을 옹호하기 위한 댓글을 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직무권한으로 보기 어렵다”며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일을 지시해 이를 일탈한 건지 의문”이라고 범죄 성립은 부인했다.

변호인은 아울러 검찰이 제출한 조 전 청장에 대한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배한 만큼 공소기각 판결(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장을 작성함에 있어 사건에 관해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해 향후 심리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정보·홍보 조직을 동원해 이명박정부에 우호적인 글 3만7000여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기소 됐다. 아울러 조 전 청장은 자신과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이 같은 경찰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서 조 전 청장을 구속했다. 역대 경찰총수 중 친정인 경찰에 구속된 것은 조 전 청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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