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 갈등 재점화..소송·주총 표대결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형제간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금호’ 상표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벌인 양측은 결국 소송전을 치르게 됐고,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27일 금호그룹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오는 6월 중으로 금호산업을 상대로 어음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2010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분리됐는데 ‘금호’라는 상표 소유권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분쟁을 이어왔다.

금호산업은 상표권이 자사에 있다며 계열분리 상태인 금호석화에 브랜드 사용료로 매출액의 0.2%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공동상표소유권을 주장하며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과거 같은 그룹에 있을 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략경영본부의 운영비용 마련을 위해 상표권에 대한 관리를 금호산업에 위탁했지만, 일시적인 위임일 뿐 소유권을 포기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금호산업은 금호석화가 지금까지 납부하지 않은 브랜드 사용료 대신 금호석화와 그 자회사 금호P&B화학 등에 기업어음(CP)을 상환한 것으로 상계 처리했다. 상계처리 금액은 총 58억원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공동상표권자이기 때문에 상계처리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결국 상계처리가 돼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소송을 통해 공동소유권을 분명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어음 청구기한이 오는 6월임을 고려해 그 이전에 소장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계약상 상표의 실권리자는 금호산업으로 돼 있으므로 금호석화는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상표권 계약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상계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소송에서 금호석화가 승소한다면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금호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금호석화는 또 아시아나항공에 주주 위임장을 통해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 안건 중 서재환, 한창수, 이상근 사내이사의 신규선임과 재선임에 반대하고 나섰다.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61%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1대 주주는 금호산업으로 30.8%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서재환 이사의 신규선임 안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적인 경영과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된다”며 “더불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턴어라운드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해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반대했다. 또 한창수, 이성근 이사의 재선임 안에 대해서는 “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지원을 위해 금호산업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50%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하도록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인물로 재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KAPS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주총에서 주주로서 의견을 개진할 사항인데 주총 전에 사내이사 후보자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이사 선임 반대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지만, 결국 상표권 분쟁 등으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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