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12일 08시1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이제는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지능을 만드는 시대로 가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거대언어모델(LLM) 공세가 거세지만, 웰트는 실제 처방 현장에서 축적된 환자 중심 리얼 데이터로 디지털 치료 지능을 만들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공세 속 디지털치료기기 생존 전략으로 ‘환자 데이터’를 꺼내 들었다. 논문과 인터넷 정보를 학습한 범용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실제 치료 현장에서 축적한 환자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개입하는 ‘치료 지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웰트는 올해 매출 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슬립큐는 불면증 환자가 1회 처방으로 6주간 이용하는 구조로 처방가는 약 25만원이다. 회사에 따르면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올해 7월 기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등록된 슬립큐 처방 가능 의료진은 1000명을 넘어섰다. 시장 도입 초기 안착이 어려울 것이란 업계의 우려를 씻어내고, 토종 디지털치료기기 선두주자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팜이데일리는 강성지 대표를 만나 올해 사업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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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리·페어의 몰락에서 찾은 생존 전략…“독단 버리고 생태계 다졌다”
웰트가 짧은 시간 안에 처방 시장에 안착하며 뚜렷한 분기점을 맞이한 배경에는 글로벌 DTx 선두 기업들의 뼈아픈 실패 사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강 대표는 과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기업 가치가 조 단위로 뛰었던 미국 ‘아킬리(Akili)’의 창업자 아담 가잘리 교수 등 글로벌 1세대 창업자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이들의 흥망성쇠를 최전선에서 지켜봤다.
강 대표는 아킬리의 실패 원인을 ‘토양(생태계)의 부재’와 ‘독단적인 경영’에서 찾았다. 그는 “아킬리 창업자가 한국에 올 때마다 직접 오픈카를 태워주며 주말을 함께 보낼 정도로 친분이 깊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 방식을 보며 ‘인심을 박하게 써서 결국 실패했구나’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산업 전반의 토양을 다져야 할 시기에 독단적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넘어가는 원맨 플레이를 펼치다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의사의 처방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 1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스스로 앱을 결제하기엔 시장의 수용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를 시사점 삼아 강 대표는 철저한 생태계 구축 중심의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국내 1호’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조차 경쟁사에 기꺼이 양보하면서까지 척박한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의 토양을 함께 일구는 길을 택했다. 강 대표는 “한 기업이 반짝 성공할 순 있어도,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단단한 토양이 필수적이다. 웰트는 그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가진 노하우를 경쟁사들과도 과감히 베풀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웰트는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완벽한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내며 블루오션을 열었다. 기존 불면증 환자에게 권고되는 인지행동치료(CBT)는 의사가 매주 1시간씩 환자와 상담을 진행해야 하지만, 수가는 40만 원 수준에 불과해 환자 회전율이 절대적인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사실상 기피 대상이었다. 이에 웰트는 슬립큐의 6주 프로그램 처방가를 25만 원 수준으로 책정, 의사 입장에서는 단 3분의 진료만으로도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동시에 환자들은 실손보험을 적용받아 약 2만 원의 적은 부담으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처방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어냈다.
글로벌 선두 기업의 파산을 기회로 삼은 과감한 결단력도 돋보였다. 강 대표는 세계 최초의 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를 상용화했던 페어테라퓨틱스가 파산했을 당시, 곧바로 델라웨어 법원 경매에 뛰어들었다. 경매 참가비로만 1억 원을 지불하고 들어가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를 직접 확인한 뒤, 단돈 5000만 원에 편두통 관련 파이프라인 자산을 발 빠르게 인수했다. 강 대표는 “당시 사온 편두통 파이프라인은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고도화될 미래를 내다보고 선점한 에셋이며, 이제 그 자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맛있게 요리할 준비를 마쳤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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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지도(CBT) 넘어선 내비게이션…‘클리니컬 스마트’로 구글·빅테크와 맞대결
현재 웰트는 불면증 극복을 위한 단순한 CBT 소프트웨어를 넘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한 ‘AI 치료 지능’으로의 퀀텀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강 대표는 기존의 규격화된 인지행동치료를 고정된 ‘종이 지도’에 비유하며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기존 CBT가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넣은 정적인 종이 지도라면, 우리가 그리는 AI 치료 지능은 환자의 실시간 변수와 일상을 반영해 최적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야 할 골든타임에 좋은 잠을 못 자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체증과 공사 구간을 알려주듯, 웰트의 AI는 환자의 실시간 일과를 분석해 ‘오늘 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정확히 이 타이밍에 약을 복용하라’고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웰트는 슬립큐 처방 환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친근하게 소통하는 AI 비서 ‘닥터 샘’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환자들은 친숙한 카카오톡을 통해 전날 오후에 마신 커피 한 잔의 기록부터 오늘의 피로도까지 AI와 대화한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활 패턴을 촘촘히 학습하고 최적의 복약 타이밍을 제안한다. 이러한 밀착 관리 덕분에 실제 처방 환경에서도 환자 이탈률은 단 2%대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치료 순응도를 기록했다.
강 대표는 이처럼 켜켜이 쌓인 임상 현장의 ‘리얼 월드 데이터’야말로 빅테크의 거센 공세를 막아낼 웰트만의 강력한 특허 장벽이라고 단언했다. 강 대표는 “구글 등 범용 인공지능 회사들의 AI가 논문과 의학 서적만을 섭렵한 일명 ‘북 스마트(Book Smart)’라면, 웰트의 AI는 실제 환자를 곁에서 모니터링하며 병원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마친 ‘클리니컬 스마트(Clinical Smart)’”라며 명확한 차별성을 강조했다. 전문의 수준의 인사이트를 확보한 지능을 앞세워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치밀한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웰트의 맞대결 상대는 동종 업계의 스타트업이 아닌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웰트는 불면증 영역을 넘어 폭식 장애, 편두통 등 모든 질환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거대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한독, 일동제약 등 굴지의 제약사들과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존 의약품과 시너지를 내는 융합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 대표는 “우리의 핵심 목표는 전 세계에서 환자의 질병을 가장 잘 이해하고 예측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제약사 및 빅테크와 체급을 맞춰 정면승부를 펼치기 위해, 내년 코스닥 상장(IPO)을 통한 대규모 실탄 확보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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