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9곳 수장고 중 3곳 공개
2005년 개관 이후 처음 빗장 열어
''경모궁'' 현판·어책 등 모습 드러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하 11m에 위치한 400m의 긴 터널을 지나자 두꺼운 철문에 가려져있던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유물을 보관하는 곳)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귀중한 유물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최대 8중 보안을 뚫어야 통로를 통과할 수 있다. 이 중 11수장고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 현판 766점 등이 보관돼 있는 곳이다.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1776년 추정) 현판, 인조의 잠저 어의궁 현판 ‘인묘고궁’(1776년), 창경궁 내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의 신위를 모신 사당 현판인 ‘현사궁’(1823년)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경모궁’은 거꾸로 매달린 채 보관되고 있었는데, 아래 테두리가 손상돼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 5일 정소영 유물과학과 과장이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현판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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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개관 이후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가 지난 5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조선왕실·대한제국 황실의 유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국보 4건, 보물 27건 등 총 8만8500여점을 보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시설을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지하 벙커로 사용하다가 다시 수장고로 개조했다. 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는 총 16개로 면적은 3734㎡에 달한다.
유물은 종이·목재·도자·금속 등 재질에 따라서 적정 온·습도가 유지되는 수장고 19개(지하수장고 16개, 본동 3개)에 나누어 보관돼 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곳은 19개 중 10수장고(어보류), 11수장고(현판류), 19수장고(종묘 제기류) 등 3곳이었다. 제10수장고에 수장된 대표 유물은 조선왕실 어보·어책·교명(보물) 628점 등이다. 이들 유물은 오동나무로 만든 4단짜리 수납장에 개별 보관되어 있다. 정소영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일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캐비닛은 오동나무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열린 수장고인 제 19수장고에서는 죽책·옥인·교명과 관련 부속 유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영조 35년인 1759년 8살이었던 정조를 왕세손으로 책봉하며 만든 것들이다. 정 과장은 “18세기 중반 문화의 절정기에 만들어진 유물들이라 기록이 정교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종이를 달고 있는 열쇠를 들어보였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의 수장고 포화율은 160%를 넘겼다. 개관 당시 3만6000여 점이었던 유물이 20년이 지나며 2배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유물을 좀 더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향후 고궁박물관 분관 설립 등 공간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 5일 정소영 유물과학과 과장이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옥인 등의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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