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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9일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 조사 결과 발표 프리핑을 통해 해당 사건을 담당한 A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하고,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과장 및 팀장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아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할 방침이다. 또한 폭행사건의 피해자 택시기사 B씨는 증거인멸 혐의가 인정돼 송치하기로 했다.
A경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한 혐의가, 택시기사는 이를 지운 혐의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인 ‘내·외부 무마 청탁’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차관과 서초서장, 형사과장 및 팀장, A경사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통화나 정보는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없었고 이 전 차관의 통화상대방 중 서초서장 이하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내역도 없었다”며 “모든 대상자가 외압, 청탁 행사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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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 B씨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신고됐다.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건 이후 같은 달 9일 오전 서초서장은 생안계장으로부터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고 보고 받았다. 형사과장 역시 같은 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A경사와 팀장도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9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서울청 등에서 진상 파악에 나섰을 때 서초서는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보고했다.
A경사는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 또는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 역시 보도 후 진상파악 과정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
사건 당시 상급기관 보고는 서울청 생안계 선에서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서 형사과에서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지만, 서초서 생안과 직원이 11월 9일 서울청 생안계 직원에게 내부 메신저로 전달했다. 이후 이 직원은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됐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보고’ 서장도, 과장도 혐의 적용 안됐다…감찰조사 진행 예정
서초서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라인의 허위 보고 정황이 확인됐지만, 진상조사단은 경사 A씨 외 다른 인물은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과장 및 팀장 등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아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한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또한 서초서장 및 과장·팀장에 대해선 보고의무 위반, 부적정한 사건처리에 대한 지휘 감독 소홀 등 책임을 물어 감찰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서 확인한 부분들이 사실이라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용구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감찰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내사 사건의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용구 사건 관련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이용구 차관 사건과 같이 중요 인물에 대한 내사가 진행될 경우 시·도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보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