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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긴 영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는 국민적인 분노를 사고 있는 ‘전두환 회고록’에 기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기억과 비교되는 장면을 보여 눈길을 끈다.
1980년 5월 21일 전남 광주시 전남도청 앞 금난로. 계엄군은 시위하는 청년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다. 계엄군은 그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몽둥이를 휘두른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오는 장면이다. 살육이 자행된 참혹한 역사의 단면. 전 전 대통령은 그날의 청년들을 ‘북한 특수공작원’으로 내몰았다.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530쪽에는 “전남도청 앞과 금남로 등에는 시위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중략)…연·고대생으로 소개됐다는 500~600명의 정체 그리고 5·18 사태에 북한은 어느 정도 개입했었는가 하는 문제들에 관해 새삼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은 “전 전 대통령이 가장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시민을 ‘북한 특수공작원’으로 규정하고 무력진압했다는 사실을 부정한 데 있다”고 말한다.
전 전 대통령은 책에서 “지만원 박사는 5·18 때 북한의 특수공작원으로 침투했다가 돌아가 북한 정부와 군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수백명의 인물을 사진분석을 통해 밝혔다…(중략)…진실이 더이상 드러나길 바라지 않는 세력이 엄존한다는 것을 뚜렷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앞에 언급한 지만원 씨는 자신을 ‘보수논객’이라고 지칭하며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4년에는 북한 특수군이 군중으로 잠입해 특수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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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쪽에서는 “일반시민이 장갑차를 몰고 이동했다는 건 해명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북한 특수공작원의 개입정황이란 의심을 낳고 있는 것”이란 내용이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이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그처럼 잔인무도한 살인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살인기계로 훈련받은 자들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그러곤 이제까지 북한군 개입이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에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민 속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 특수부대원을 잡기 위해 시가전을 각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한다.
이에 5·18기념재단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무력진압을 지시했던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5·18의 책임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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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은 북한군 개입이 아니더라도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인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이 진실인가. 헌법적 정통성을 지닌 최규하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폭동인가.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폭동인가 아니면 북한 특수부대가 공작한 폭동이었는가? 배후 조종에 의한 폭동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은 “일베 등 5·18 역사 왜곡세력이 주장했던 북한군 개입설 등 허위사실을 대부분 옮겨와 집대성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허위사실을) 기재한 이유는 5·18 당시 양민을 학살한 적 없다는 논리를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4일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의 출판·판매 금지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책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