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본 USTR 전 대표 “강경해질 트럼프…美 협상팀 파견해야”

김소연 기자I 2024.12.16 14:00:00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 더 강력해질 것
"당장 미국에 협상팀 파견…소통 나서야"
칩스법·IRA 변경에 대비 전략 마련 필요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트럼프 1기 행정부 통상 정책 참모였던 스티븐 본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은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무역국에 강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해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해 행정부 관계자들과 가능한 한 빠르게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국에 협상팀을 파견해야 할 만큼의 강력한 통상 압박을 예상했다.

◇ 전 USTR 대표 조언 “美 행정부와 빠르게 소통 나서야”

16일 본 대표대행은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의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통상규제: 한국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재선에 성공했다”며 “첫 번째 임기 동안 중국을 비롯한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한국, 일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자국 우선 정책이 트럼프 당선인을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한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보다 워싱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 가운데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들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과 가능한 한 빠르게 소통에 나서야한다”고 조언했다.

폴 공 미국 싱크탱크 루거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및 기업 대응전략’에 대한 발표를 통해 “미국과 경제·안보 교류가 많은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각국 정부가 앞다퉈 미국으로 협상팀을 파견해야 할 만큼 강력한 통상압박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기업이 바이든 정부 시기 대미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그간의 투자 실적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1기와 달리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가 무기화되면서 협상의 난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직접 언급한 점은 향후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칩스법 보조금, 미국 기업에 집중될 것”

이번 상의 세미나에는 미국 통상·대외정책 전문가 외에 국내 5대 로펌 전문가들도 참석해 △관세 △IRA(인플레이션감축법)·CHIPS Act(반도체지원법) △환경 △자유무역협정(FTA) △기술규제 등 5대 분야에서 통상정책 변화를 예상하고, 우리 기업의 선제적 대응방안을 조언했다.

특히 IRA와 칩스법 자체를 폐기하진 못하더라도 변경은 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정현 광장 변호사는 IRA와 칩스법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대선 기간 중 IRA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IRA는 폐지 또는 그에 버금가는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모든 세액공제 항목을 삭제하기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칩스법은 중국과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IRA보다는 변경 가능성이 작겠지만 보조금 혜택이 미국기업 내지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는 친환경 정책 축소도 예상된다. 박주현 율촌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는 과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들을 축소하고 전통적인 화석연료 활용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산업에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향후 공개될 세부정책 방향을 지켜보고 수출다변화, 원가절감계획 등 위험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창완 태평양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한미 FTA 전망 및 활용방안’에 대해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민족주의의 부상으로 자유무역협정의 실효성이 도전받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기업들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 EU와 중국 간의 상호보복 관세가 실제 부과되고, 지속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관세율 차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계인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장(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은 “칩스법과 IRA의 축소·철회,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전략물자 수출 금지와 같은 통상규제들이 예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적 외교·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민간차원의 아웃리치 활동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변화에 대응해 새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를 분석·제공하고,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5대 로펌과 공동으로 법률자문, 세미나를 지속 개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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