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야권 총리후보' 피타 의원직 정지…정국 우려 커져

박종화 기자I 2023.07.19 16:18:27

헌재-선관위, 16년 전 방송중단한 방송사 주식 보유 문제삼아
피타, 2차 투표서도 고배 마실 듯…지지층, 의사당 앞서 시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태국 의회가 총리 선출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의원직 정지 처분을 받았다. 총리에 선출될 자격이 발탁되는 건 아니지만 선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태국 정국이 혼란에 빠질 우려는 더욱 커졌다.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총리 선출을 위해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사진=AFP)


◇피타, 총리 선출 더욱 어려워져…탁신계 정당 집권 가능성

19일(현지시간) 태국 영자지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태국 헌법재판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기한 피타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의 의원직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태국 의회에서 총리 선출을 위한 2차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되던 중 나온 결정이었다. 전진당은 태국 하원 1당으로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고 있다.

태국 선관위가 문제 삼은 건 피타 대표가 보유한 방송사 주식이다. 언론사 주주의 공직선거 출마를 금지한 선거법에 따라 iTV 주식 4만 2000주를 소유하고 있는 피타 대표가 피선거권이 없다는 게 선관위 판단이다. 선관위는 헌재에 피타 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피타 대표 측은 iTV는 이미 2007년 방송 송출을 중단해 언론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원직 정직으로 피타 대표의 대권 가도는 더욱 어두워졌다. 의원이 아니어도 총리로 선출될 수 있긴 하지만 가뜩이나 전진당과 불편한 관계인 군부가 피타 대표를 비토할 명분이 더욱 커졌다. 전진당은 지난 선거에서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군부·왕실과 정면으로 맞섰다.

태국 총리로 선출되려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과반 득표를 얻어야 하는데 상원의원들은 모두 군부가 임명한 관선의원들이다. 지난주 1차 투표에서도 피타 대표는 하원에선 다수표를 얻었지만 상원의원 다수가 등을 돌리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2차 투표에서도 총리 선출이 불발된다면 하원 2당인 프아타이에 집권 기회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피타 대표는 지난주 “현실적으로 전진당이 내각 구성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면 원내 2당인 프아타이가 주도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아타이는 피타 대표가 낙마하면 총리 후보로 부동산 재벌 출신인 스레타 타위신을 내세울 계획이다.

◇야당 지지자 반발 불가피…쿠데타 가능성도 거론

피타 대표의 총리직 좌절과 의원직 정지가 태국 정국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전진당 지지층은 1차 투표에서 총리 선출이 무산된 지난주부터 시위를 이어오고 있던 중이었다. 이날 피타 대표의 의원직 정지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당 앞에 모인 150명가량의 시위대는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 구성에 얼마나 걸릴지, 어떤 정당이 참여할지에 따라 정국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진당이 완전히 배제되거나, 군부가 정치 전면에 다시 선다면 선거로 표출된 민의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군부가 시위를 빌미로 쿠데타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티티난 퐁슈디락 촐랑롱콘대학 교수는 “전진당이 정권에서 배제되면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위가 격화된다면 프아타이가 이끄는 정권이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대표의 지지자가 19일(현지시간) 방콕 의사당 앞에서 피타 대표의 의원직 정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