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전문가 “기내 반입 보조배터리, 사실상 방치 상태”

정윤지 기자I 2025.01.31 11:00:57

기장 출신 정윤식 교수, CBS 라디오 인터뷰
“선반 위 위험물 보관, 사실상 확인 어려워”
“규정상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곳에 둬야”
“승객이 출입문 연 것, 굉장히 위험한 행동”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설 연휴기간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보조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기내 선반에서 연기와 불이 시작됐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다. 규정상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짐칸에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 방치 상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30분쯤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장 출신인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3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갖다 넣는 것은 물론 1분마다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닫아놓고 놔버리면 사실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 돼버린다”며 “내가 관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위험물 관리 규정에) 아주 깊게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 10시 31분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부분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탈출했고 항공기 동체 윗부분은 사실상 모두 불타버렸다.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 교수는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 장비에 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국제운송협회(IATA)는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위험물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당 규정은 보조배터리에 들어간 리튬 양, 전기 용량 등을 구분해 기내에 가지고 탈 수 있는지, 소지를 해야 하는지, 수하물로 부칠 수 있는지 등을 구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 협회 규정을 들어 기내에 반입하는 위험물은 선반 위에 둘 것이 아니라 탑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직접 들고 몸에 소지하고 있는 상태는 직접 이런 전자 장비 또는 보조배터리, 리튬배터리를 관장해야 한다. 내가 확인하고 관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며 “내가 볼 수 있는 식탁 위나 의자 밑에 놔둬야 하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조배터리 기내반입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봤다. 의료용 등 반드시 보조배터리를 지녀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최소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지 모르는 배터리보다 항공기에 탑승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승무원에게 얘기해 따로 보관한다든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수조 옆에 보관한다든지 하는 차원에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기장이나 객실 승무원의 지시 없이 승객이 임의로 항공기 문을 연 것도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대구공항에서 공중에서 문을 열었던 행위와 동일하다고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닐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승객입장에서는 외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탈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절대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5월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출입문이 착륙 직전 200m 상공에서 열리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30대 남성 탑승객이 문을 열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졌다.

정 교수는 “기다리는 승객입장에서는 왜 지시를 안 하는지 착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조종석 내에서는 기내 화재 절차와 탈출을 위한 수행 절차를 계속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장이 ‘탈출하라’는 지시를 할 때 객실 승무원도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라고 명령하고, 문을 연 뒤 이후 슬라이드가 완전히 펴진 것까지 확인하면 의사소통 후 객실 사무장이 ‘탈출을 시키십시오’라고 할 때 비로소 탈출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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